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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의 미학: 유니폼을 꿰뚫다] 김도영의 햄스트링, 균형의 조화

  • 등록: 2025.08.11 오후 13:41

  • 수정: 2025.08.11 오후 13:45

KIA 타이거즈 김도영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KIA 타이거즈 김도영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2024 한국프로야구 MVP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2025시즌을 중간에 접었다. 왼쪽 허벅지 뒤쪽 근육인 햄스트링 부상이 이유였다. 올 시즌만 세 번째였다. KIA 구단은 부상을 조심스럽게 다뤘고, 선제적인 결정을 내렸다.

지난 시즌 최고의 성과 이후 여기저기서 샴페인을 터뜨리다 새 시즌 준비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일단 부상 부위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햄스트링은 허벅지 뒤쪽을 이루는 근육군이다. 달릴 때, 점프할 때, 방향을 바꿀 때, 무릎을 굽힐 때 작동한다. 허벅지 앞 대퇴사두근과는 서로 반대되는 작용을 동시에 하는 한 쌍의 근육, 이른바 길항근 관계에 있다. 하나가 힘을 내어 무릎을 펴면, 다른 하나는 그 움직임을 제어하며 속도를 조율한다.

하나의 근육이 약해서 벌어진 단순한 상황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대퇴사두근이 '강력한 엔진'으로 작동하는 과정에서 이를 제어하고 조율하는 햄스트링이라는 '브레이크'가 약해 균형이 무너진 결과의 가능성이다. 의학에서는 이 균형을 'H:Q 비율(Hamstring-to-Quadriceps Strength Ratio)'로 측정한다. 햄스트링 근력과 대퇴사두근 근력의 비율이다. 수치가 낮다는 것은 제동과 안정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보편적으로 0.6 이상이 안정적이라고 하고, 일부 연구자는 0.75를 권장한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KIA 타이거즈 김도영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의학도서관에 등재된 의학·생명과학 저널 Sports(Basel), 2023년 4월호에 발표된 연구는 브라질 프로축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했다. 시즌 중 햄스트링을 다친 선수들이 그렇지 않은 선수들보다 시즌 전 'H:Q 비율'이 평균 18~22% 낮았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점은 대퇴사두근의 힘은 오히려 25% 정도 높았다는 것이다. 뒷 근육의 절대적 약화보다 앞 근육의 과도한 강함이 문제를 만든 경우였다는 얘기다. 브레이크가 버티지 못하는 엔진, 강하지만 오래 가지 못한 힘이었다. 연구진은 결론에서 "강도의 절대치가 아닌, 균형의 유지가 부상을 예방하는 핵심"이라고 명시했다.

1812년, 나폴레옹은 유럽 최강의 군대를 이끌고 러시아로 향했다. 모스크바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순간부터 '길항근'은 무너졌다. 보급선이 끊기고,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다. 병참이라는 뒷 근육이 찢어졌다. 전투의 근육만 남은 군대는 후퇴하며 와해됐다. 130여 년 뒤, 세계 2차대전 독일의 '바르바로사 작전'도 유사했다. 전선은 빠르게 전진했지만, 연료와 식량은 따라오지 못했다.

강한 공격만으로는 전쟁도, 선수 경력도 지켜지지 않는다. 김도영의 시즌 종료는 균형을 복원하는 시간이다. 속도에 매몰돼 있는 스포츠 현장에서 다리의 근육처럼 한쪽이 압도적으로 강해 보일 때 그 반대편에서 버티는 힘이 없다면, 무너지는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나폴레옹이 러시아 겨울 앞에서, 독일이 동부 전선의 진창 속에서 얻은 교훈, 강함은 균형과 함께 있을 때만 오래 간다는 것이다. 김도영의 부상 역시 그런 경고였다. 장기적인 생존과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택, 균형을 되찾은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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