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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왜 문제 해결 안 해요?"…中 쓰레기 습격에 놀라 한국 온 美 학생들

  • 등록: 2025.08.15 오후 18:32

  • 수정: 2025.08.15 오후 21:02

▲영상설명 : 중국 쓰레기 수거에 나선 美 한인 학생들

서해 최북단 백령도 해변에 또다시 중국발 쓰레기가 밀려왔다. 병, 슬리퍼, 장갑부터 대형 플라스틱 용기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쓰레기 띠’가 바다와 맞닿은 모래사장을 뒤덮었다. 현장을 찾은 이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백령도 해양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에 나선 美 비영리 단체 회원들
백령도 해양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에 나선 美 비영리 단체 회원들


지난 7월 말 백령도에서 만난 알버트(Albert), 제이든(Jaden), 아이젝(Isaac), 라이언(Ryan) 등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한인·외국계 학생들은 ‘월드 웨이스트 투 원더스(World Waste to Wonders)’라는 비영리단체 소속 자원봉사자들이다.

이 단체 이름에는 ‘전 세계의 쓰레기를 가치 있는 것으로 바꾸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쓰레기 수거와 재활용·업사이클링을 통해 환경과 사회를 동시에 돕는 활동을 한다.
 

백령도 사곶 해안은 매일 아침 중국 쓰레기와 사투를 벌인다
백령도 사곶 해안은 매일 아침 중국 쓰레기와 사투를 벌인다


이날 학생들은 ‘인천 옹진군’이라고 적힌 하얀색 포대를 들고 해변을 누볐다.

7월 말 인천 옹진군의 한낮 체감기온은 40도에 육박했고, 뜨거운 햇빛 아래 잠깐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지만 아이들은 연신 쓰레기를 주우며 포대를 채워갔다.

“여기 쓰레기의 대부분은 중국 공장에서 나옵니다. 한국 정부가 중국에 연락은 했지만, 실질적인 해결 조치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알버트는 해변에 길게 늘어선 플라스틱 병 무더기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하나를 집을 때마다 또 있고, 또 있고… 계속 나온다”며 고개를 저었다.

제이든은 “이건 한국 쓰레기가 아니에요. 왜 중국 쓰레기가 이렇게 북쪽까지 오는지 모르겠다”며 “단체 활동의 일환으로 변화를 만들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아이젝은 “형이 다큐멘터리를 보여줘서 알게 됐는데, 직접 보니 뉴스에서만 듣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며 “플라스틱 병, 슬리퍼, 장갑까지 너무 많다”고 했다.

쓰레기를 주워 올리자 밑에서 갯강구가 기어나왔다. 중국어가 적힌 장화를 들어올리자 정체불명의 액체가 쏟아졌고, 사람의 소변으로 보이는 노란색 액체가 든 통도 발견됐다.

해양환경공단 조사에 따르면, 백령도·연평도·강화도 등 서해 북부 도서지역 해안쓰레기의 약 90%가 중국산 표기 제품이다.
 

중국어가 적힌 갖가지 생활 쓰레기
중국어가 적힌 갖가지 생활 쓰레기


해류와 계절풍이 중국 연안에서 나온 부유물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시키는 데다, 중국 연안의 산업·생활폐기물이 하천을 통해 대량 유입되면서 문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백령도 현지 주민들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심효신 백령도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은 “중국은 안 가봤는데 중국 갔다 온 것 같다"며 "해변에 널려 있는 걸 보면 중국인들이 이런 걸 먹고 사는구나 싶어요.”라고 말했다.

심 회장은 “정부가 그동안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며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온전히 피해를 떠안고 있다. 중국에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정부는 중국과 해양환경 공동회의, 국제기구 등을 통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외교 항의나 법적 책임 요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 역시 공식 사과나 책임 인정 없이 자국 연안 청소, 시범사업 수준의 대책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백령도 해양쓰레기 봉사활동에 참여한 라이언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재활용·업사이클링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 미국 로스 엔젤레스 산불 피해자 지원에도 쓰고 싶다”며 “한국과 미국 모두를 위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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