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압수수색 당일 피의자 변호인과 회식한 경찰…'新 전관예우' 논란
"경찰에 쫄지 마세요"…'경찰 전관' 홍보 나선 법무법인들[앵커]
전관예우가 검찰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경찰 수사권을 확대한데 이어 현 정부가 검찰폐지를 공식화하면서 요즘 법조계에선 '경찰 전관'들의 몸값이 높아졌습니다. 최근 5년간 법무법인에 취업하겠다며 심사를 요청한 경찰 퇴직자만 200명을 넘었는데, 압수수색 당일 경찰 수사팀이 경찰 출신 변호인과 회식을 벌이다 적발되는 등 늘어난 경찰 전관 숫자만큼 폐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곽승한, 정민진 두 기자가 그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2022년 6월 서울 여의도 자산운용사 사무실에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재개발 사기 혐의를 포착한 경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한 건데, 이날 오후 4시 시작된 압수수색은 1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그런데, 압수수색 현장에서 공격수와 수비수 역할을 했던 수사팀과 변호인이 압수수색 종료 30분 뒤 인근 고깃집에서 회식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모 변호사
"오래 알고 지내던 분이고 제가 하던 사건은 다 끝나고 했으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피의자 변호를 맡았던 이 모 변호사는 경찰대 출신으로, 압수수색팀을 이끈 김 모 경감과는 경찰 재직 시절 경찰수사연수원에서 같은 방을 쓴 인연으로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날 밥값 23만 원은 이 변호사가 냈는데, 60만 원 어치 식당 상품권을 추가로 사서 수사팀에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최근 1심 법원은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해 이 변호사와 김 경감에게 각각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들은 수사와는 무관한 사적인 자리였다며 항소했습니다.
"변호인이 카드로 결제한 밥값은 김 전 경감이 현금으로 돌려줬고, 상품권 역시 변호인에게 돈 주고 구매한 것"이란 주장입니다.
김 모 前 경감
"접대 받고 정말 이게 뇌물이라 그러면 같이 직원들을 왜 데리고 가겠습니까."
압수수색 회식 논란이 불거진 뒤 경찰은 수사팀장을 교체하고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리포트]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시작된 2020년 이후 법무법인 재취업 심사를 요청한 경찰 퇴직자수는 모두 200여 명.
이 가운데 변호사 자격증을 갖춘 퇴직 경찰관은 20% 미만이었고, 나머진 자문 역할을 맡는 전문위원 등이었습니다.
경찰 수사관 출신 전문위원을 내세워 수사 대응에 유리하다며 홍보하는 법무법인에,
"경찰 수사관으로서 근무했기 때문에, 경찰 수사관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를 하고."
경찰대 출신 변호사임을 강조하는 곳도 있습니다.
경찰대 출신 변호사
"전직 경찰 간부였던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게요. 전혀 졸(주눅들) 필요가 없습니다."
사건 수임과 변론 과정에서 잡음도 끊이지 않는데, 실제로 한 법무법인 소속 전문위원이 사건 무마를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고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법무법인 관계자
"저희 회사 소속이긴 한데 당시에 개인의 일탈로 진행이 된 거고…."
경찰대 출신 변호사는 "이미 법무법인 내에서도 수사 단계에서 검찰 간부 출신보다 경찰 출신의 발언권이 더 세진 게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공직자윤리법상 퇴직전 5년간 몸담았던 부서나 기관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곳이면 재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해말 서울행정법원은 수사심사관 출신 전직 경감이 법무법인 재취업을 불승인한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퇴직 전 업무와의 관련성을 확인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취업제한결정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경찰 수사권이 강해진 만큼 '신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TV조선 정민진, 곽승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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