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서 전국 시위 '격화'… 서민 굶는데 국회의원 430만원 주택수당에 '분노'
등록: 2025.09.01 오후 15:32
수정: 2025.09.01 오후 15:36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중국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사태 수습에 나선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경찰 진압대와 무력 충돌한 시위대는 공공기관, 정부 관료 및 국회의원들의 자택 등을 습격했다.
현지시간 31일 블룸버그통신은 인도네시아 현지 매체를 인용해 반정부 시위대가 이날 새벽 스리 물야니 인드라 와티 재무장관의 관저 및 여러 국회의원들의 자택을 급습했다고 보도했다.
재무장관 관저 침입은 군 병력에 의해 저지됐으나, 아흐마드 사흐로니 등 국회의원 3명의 자택에서는 물품 약탈이 발생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9월부터 하원의원 580명에게 1인당 월 5000만루피아(약 430만원)의 주택 수당이 지급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촉발했다.
최저임금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을 챙긴 것이어서 세금 인상과 대량 실업,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분노를 샀고, 지난 25일 자카르타에서 학생들과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시위가 촉발됐다.
지난 28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배달기사가 경찰 기동대 소속 장갑차에 깔려 숨지면서 시위는 더욱 격화했다.
장갑차가 배달기사를 치고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 7명이 체포됐지만, 시위는 수라바야, 욕야카르타, 반둥, 마카사르 등 전국 주요 도시로 빠르게 확산했다.
멜버른대 아시아연구소 베디 하디즈 소장은 “경제 악화, 지출 삭감, 부패 등 그 어떤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국회가 국민과 동떨어져 있다는 불만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곳곳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무력충돌이 발생했다. 동부 마카사르에서는 시위대가 지방의회 건물에 불을 질러 공무원 3명이 탈출을 시도하다 숨졌다.
이로써 이번 시위에 따른 사망자는 4명으로 늘었다.
반둥과 수라바야 등지에서도 경찰서와 공공건물이 불타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자카르타에서는 버스 정류장과 톨게이트가 불길에 휩싸여 대중교통 운행이 마비되기도 했다.
이에 한국, 미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각국 대사관은 자국민들에게 군중과 시위 지역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중국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1998년 내부 시위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30년 장기집권이 막을 내렸던 역사적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회의원 주택수당을 비롯해 과도한 특혜를 폐지하거나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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