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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호의 앵커칼럼] 파출소 뒤 경찰서?

  • 등록: 2025.09.03 오후 21:51

  • 수정: 2025.09.03 오후 21:56

1839년, 아미스타드 호 노예들은 "집으로 돌아가자"며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도착지는 아프리카가 아닌 미국 해안. 바닷길을 모르는 이들을 백인 선주가 교묘하게 속인 거죠.

정치판에도 이런 '항해술 사기'가 흔합니다. 개혁을 외치지만, 막상 배가 닿는 곳은 '권력 집중'이라는 낯선 항구일 수 있습니다.

요즘 검찰 개혁 논란이 그렇습니다. 표면적으로 중대범죄수사청을 어디에 둘지, 보완수사권을 남길지 싸우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국가수사위원회, 줄여서 '국수위'. 모든 수사의 컨트롤타워입니다. 국수위 권한이 너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민주당 안대로라면 경찰과 국가수사본부, 중수청은 행안부가 관할하고, 수사기관을 총괄하는 국수위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둡니다. 경찰, 중수청, 공수처, 특별사법경찰까지 모두를 국수위가 지휘 통제하는 시스템입니다. 모든 수사권이 정부 수중에 장악되는 거죠.

우리나라는 "모든 수사는 사법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근대 형사사법의 대원칙을 지켜왔습니다. 이게 사실상 대통령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거대 사정기관 탄생으로 변질될 수도 있는 겁니다. 국수위 위원 11명 중 대통령과 국회가 각각 4명을 임명하고, 나머지 3명도 사실상 친정부 인사로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검찰이 그동안 대통령의 인사권에 눌려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때로는 권력을 견제하기도 했습니다.

서로 껄끄럽다는 건, 서로 무시하지 못했다는 거겠죠. 그런 견제가 사라지는 게 바람직한 건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실종자의 이름을 말해보세요."
"저는 이미 천 번이나 대답했습니다."

군부가 장악한 나라에서 사람들이 이유 없이 사라집니다. 모든 수사권이 한곳에 모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국민'의 안전이 더 잘 지켜질까요, 아니면 '권력'의 안전이 우선일까요? 정답은 다들 아실 겁니다.

9월 3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파출소 뒤 경찰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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