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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세계유산축전 개막…"빛으로 여는 천년의 시간"

  • 등록: 2025.09.15 오전 08:59

  • 수정: 2025.09.16 오전 10:33

국가유산청·경상북도·경주시가 공동 주최하고, 국가유산진흥원과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 공동 주관하는 ‘2025 세계유산축전 경주역사유적지구’가 경주 대릉원 동편 쪽샘지구에서 지난 9월12일 막을 올렸다.

세계유산축전은 국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그 의미를 공유하는 행사로, 경주 단독 개최는 올해가 처음이다. 이번 경주 세계유산축전은 ‘천년의 빛, 세대의 공존’을 주제로 10월3일까지 경주 전역에서 이어진다.

개막에 앞서 오후 5시50분부터 대동제의 길놀이가 펼쳐졌다. 신라시대 음악과 의상을 고증해 재현한 신라고취대, 경상북도 무형문화유산 청도 차산농악과 영덕 월월이청청이 차례로 합류해 웅장한 연주와 흥겨운 가락, 역동적인 연희가 어우러지는 합동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이어지는 식전 공연에서는 YMCA 어린이합창단이 신라 향가로 길놀이를 환대했다. 차산농악과 월월이청청이 합동공연을 펼쳐 장관을 선사하고, 마지막으로 신라고취대가 기수단과 악대를 앞세워 장엄한 연주로 세계유산축전의 출정을 알렸다.

저녁 7시부터는 본격적인 개막식이 진행됐다. 개막식에는 행사 안내와 개막선언을 통해 축전의 서막이 공식 선포되고 국내외 귀빈과 관람객이 함께 세계유산의 가치를 기렸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주제공연 ‘황룡, 다시 날다’다. 서기 553년 황룡사 창건 서사를 웅장한 무대미술과 드라마틱한 연출로 풀어낸 작품으로, 선덕여왕의 즉위와 하늘에 빛나는 붉은 별의 표현으로 시작해 구층목탑의 건립, 그리고 황룡의 승천까지 6막에 걸쳐 신라 천년의 정신을 되살렸다.

마지막 무대는 드론 라이트쇼다. 천 대의 드론이 황룡과 황룡사 구층목탑, 장륙존상 등 황룡사를 하늘에서 구현했다. 경주의 밤하늘 위로 펼쳐지는 빛의 향연은 개막식의 피날레를 장식하며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세계유산축전을 기획한 안태욱 총감독과 주제공연의 연출을 맡은 이제형 감독은 “‘황룡, 다시 날다’는 신라 황룡사의 웅대한 서사를 오늘날 무대에서 다시 살아 숨 쉬게 하는 작업이었다. 유산의 역사성과 상징을 현대적인 예술 언어로 풀어내 관람객이 과거와 현재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연출에 힘썼다”고 했다.

9월13일과 14일에는 통일신라시대의 국가 행사였던 ‘신라 팔관회’가 재현됐다. 행사의 문은 신라 화랑 영랑, 술랑, 남랑, 안상이 관람객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이어 국가무형유산 종묘제례 이수자인 이상훈 전례 이사가 주관하는 제천례가 진행되고, 수팔계재문 원본과 번역본을 국사께 봉헌하는 순서가 더해졌다. 불국사 주지 종천 스님이 전계사로 나서는 팔관재계에서는 참회와 귀의, 팔계 수지 등 불교 의례가 엄숙하게 이어졌다.

가무백희는 팔관회의 절정을 이뤘다. 첫째 날에는 음악그룹 더튠과 기타리스트 박석주의 협연, 예인집단 아라한의 사자춤과 풍물놀이, 무용가 이주희의 승무와 오북춤이 무대를 채웠다. 둘째 날에는 효원스님의 범패와 발레리나 고혜주의 협연, 리퀴드사운드의 실험적 연희 프로젝트, 유튜브 크리에이터 춤선캡의 창작 무용이 이어져 서로 다른 장르가 융합된 색다른 무대를 선보였다.

마지막에는 ‘해동계림, 황룡팔관, 열조천령, 순국선열, 대한만세, APEC 성공개최, 세계유산축전 경주역사유적지구 성공개최, 만국평안’ 등 국가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구호 제창이 진행됐다. 9월14일 한국 무용가 박기량과 소리꾼 김보라가 망자의 영혼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위령제 퍼포먼스로 신라 팔관회의 대단원을 장식했다.

안태욱 총감독은 “팔관회는 하늘에 제를 올리고 불교 계율을 실천하며 백성이 함께 어울리던 종합 문화행사였다. 이번 무대를 통해 1,400년 전 경주의 팔관회를 오늘에 다시 보여드리게 되어 뜻깊다”라고 밝혔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세계유산축전 경주역사유적지구는 천년고도의 문화적 깊이를 세계와 나누는 축제의 장이다. 경주 단독으로 열리는 첫 세계유산축전을 통해 관람객들이 경주에 소재한 세계유산을 직접 체험하고, 경주의 가을을 더욱 특별하게 기억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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