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스테이블코인의 상용화가 머지않아 이뤄질 것이라며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필두로 하는 미국 중심 금융 체제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24일 개최된 '2025 TV조선 금융·부동산 포럼'에서 "미래에는 주식과 부동산 등 다양한 실물자산이 코인으로 거래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 활성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달러의 확산을 통해 기축통화국 지위를 연장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지난 7월 미국 공화당 주도로 입법된 가상자산 3법은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화하는 '지니어스법'과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CBDC 금지법' 등으로 구성됐다. 누구나 참여 가능한 개방형 구조인 스테이블 코인의 손을 들어주는 대신, 허가받은 사람만 참여 가능한 CBDC를 제한함으로써 안정성보다는 확장성에 방점을 둔 것이다.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의 영토 경계를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하고, 전 세계 어디서든 휴대전화와 인터넷만 있으면 달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게 미국의 의도라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이 양적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기 국채 판매를 통해 시중의 현금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인데, 테더와 서클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사들이 주요 단기 국채 구매자로 떠오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일반 코인과 달리 화폐나 금 같은 기준 자산에 가치를 연동시키고, 채권 등 준비자산을 담보로 해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미국채를 주로 담보로 하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될수록 미국이 물가를 관리하기 용이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씨티은행은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 1200억 달러의 미국채를 보유 중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5년 후에는 10배 수준인 1.2조 달러를 보유해 단일 국가들과 비교해도 가장 많은 수준을 보유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는 결국 자산의 토큰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전망이다. 토큰화란 주식·채권 등의 자산이 디지털 정보값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은행이나 증권사 등 중개기관 없이도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 교수는 "퍼블릭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결제망을 통해 직거래가 이루어지는 세상이 올 것"이라며 "압구정 현대 아파트도 토큰화돼 거래할 수 있게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이렇게 형성된 미국 중심의 금융 플랫폼이 우리나라로 침투할 경우 우리의 금융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블록체인에 대해 지금부터 관심을 갖지 않으면 어느새 우리 손바닥 안에는 메이드 인 USA가 들려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교수와 함께 강연을 맡은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 역시 "테더가 발행하는 코인 5가지 종류 중 99.5%가 달러 기반"이라면서 "우리도 전 세계 자산의 디지털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5 TV조선 금융·부동산 포럼'에서는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우리 주식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모색했다.
발제를 맡은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우리 기업들의 이익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1997년 외환 위기의 트라우마로 기업들이 현금 보유를 선호하고, 세계 최저 수준의 배당을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 대표는 "기업들의 주주멸시 풍토가 단타 위주의 왜곡된 투자문화를 만들었다"면서 "주주들이 기업의 펀데멘탈과 상관없이 복권 긁는 심리로 주식을 사게 됐다"고 꼬집었다. 동시에 단타 위주로 사고팔며 기업에 관심 없는 주주들이 많아지면서 기업 역시 주주들을 신경 쓰지 않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진단했다.
홍 대표는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율도 결국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오너가들이 상속세를 덜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식 가치를 하락시키는 등 주주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유인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당 분리과세를 실시하고, 배당소득세율을 선진국 수준인 25%로 인하해 기업 오너들이 배당을 받아 상속세를 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배당성향을 기록하는데, 이를 선진국 평균인 40% 정도로만 올려도 우리나라 적정 목표 주가는 5280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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