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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시민단체 반발 부른 "금산 분리 완화"…뭐길래?

  • 등록: 2025.10.04 오후 19:29

  • 수정: 2025.10.04 오후 19:35

[앵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언급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고, 민주당 내에서도 난처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이 화두를 꺼낸 이유는 뭔지, 금산분리를 완화하면 뭐가 달라지는지 산업부 오현주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오 기자, 금산분리,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입니까?

[기자]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해서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가 은행 등 금융기관을 소유해선 안되고, 삼성생명과 같은 기존 금융 계열사의 지분율도 낮춰야합니다. 재벌 기업이 금융 계열사를 사금고처럼 쓰는 걸 막기 위한 차원인데요. 우리나라는 1982년부터 도입됐습니다.

[앵커]
재벌을 견제하려고 도입된 규제인데, 이 대통령은 갑자기 왜 '금산분리 완화'를 꺼낸 건가요?

[기자]
이 대통령이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난 뒤 나온 발언인데요. 세 기업은 만남에 앞서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소식을 듣고 "삼성과 SK가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금산분리가 어떤 상관이 있습니까?

[기자]
오픈 AI 등이 주도하는 스타게이트는 700조원을 들여 미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는 짓는 프로젝트입니다. 오픈AI는 삼성과 SK에 웨이퍼 기준으로 한 달에 90만장의 반도체를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두 회사가 현재 생산하는 양의 2배를 넘는 어마어마한 수준인데요. 이 물량을 다 소화하려면 생산 라인을 더 지어야하고, 삼성과 SK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게 되겠죠.

[앵커]
삼성과 SK는 대기업인데, 투자금 받는 게 어렵나요?

[기자]
금산분리 원칙으로 대기업은 금융회사로부터 투자 받는 게 자유롭지 못합니다. AI 등에 투자하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도 대기업과 금융권에서 75조원을 조달받을 계획인데요. 이렇게 되면 금융과 산업자본이 섞이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나마 트여 있는 것이 기업형 벤처캐피털인데요. 이마저도 대기업이 보유한 벤처캐피털에는 외부자금을 40%까지만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기업과 금융권은 이 문턱을 낮춰서 대규모 투자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서정진 / 셀트리온 회장(지난달 10일)
"대기업은 절대 망하는 데 돈 안 투자해요. 거기에 금융기관이 같이 끼고 정부 펀드가 같이 오면 성공 확률이 제일 크죠. 그런데 금산분리 제도 때문에 대기업이 이걸 자유롭게 할 수 없어요"

[앵커]
다른 나라들은 금산분리 규제 어떻게 하고 있나요?

[기자]
EU는 사실상 금산분리 규제가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많이들 아시는 소프트뱅크가 초대형 펀드로 투자금을 받아 AI 같은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죠. 투자 규제가 우리보다 느슨합니다. 미국은 은행 소유만 막고 있습니다.

[앵커]
이 대통령까지 언급했으니 완화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닌가요? 

[기자]
민주당은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 강령에 '금산 분리 원칙'이 규정돼 있어 내부에서도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시민단체 역시 "경솔하고 위험하다"며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앵커]
금산분리 원칙의 취지는 지켜야겠지만, 지금의 산업 환경도 고려할 필요는 있겠네요. 오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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