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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트렌디 소비자" vs "젊은 척하는 중년"…'영포티 논쟁' 이유는

  • 등록: 2025.10.11 오후 19:29

  • 수정: 2025.10.11 오후 19:39

[앵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영포티'라는 표현이 화젭니다. 원래는 젊은 40대, 세련된 40대를 뜻하는 긍정적인 용어였는데, 최근엔 비하나 조롱의 뜻이 더 강하다는데요. 왜 이렇게 의미가 바뀐건지, 최근 영포티가 논란이 되는 이유를 사회부 김예나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김 기자, 왜 50대, 60대도 아닌 40대에 젊다, '영포티'다 이런 표현을 쓰게 된 건가요?

[기자]
'영포티'라는 말이 처음 쓰이기 시작한 건 사실 10년 전인데요, 당시엔 긍정적인 어감만 있었습니다. 제가 '영포티'를 언급한 2015년~2016년도 기사들을 좀 찾아봤는데요, 대체로 '자기 관리에 충실하며 트렌디한 중년', '패션과 미용에 대한 관심·투자가 높은 40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40대는 1990년대에 20대를 보낸, 이른바 'X세대'입니다. 개인주의를 내면화하고 취향과 개성에 따라 소비를 했던 첫 세대고, 세상이 규정할 수 없는 존재란 의미에서 X세대라고 불렸는데요. 이 'X세대붐' 주역들이 40대 이상이 돼 주요 소비층이 되자 이들을 부르는 용어가 필요했던 겁니다.

[앵커]
사실 젊게 산다는 건 좋은 거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부정적인 뜻으로 바뀐거죠?

[기자]
네, 먼저 최근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던 'AI가 그린 영포티' 그림을 보시겠습니다. 유명 캐주얼 브랜드의 옷을 걸치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주로 유행하는 키링을 가방에 단 40대의 모습인데요. 신조어가 처음 나왔던 10년 전과 달리 '어려 보이기 위해 애를 쓰는 70년대~80년대생'을 조롱하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겁니다. 실제로 신촌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영포티'를 부정적인 의미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부호 / 서울 서대문구
"부정적인 의미가 조금 더 강한 것 같아요. 유행을 따라가지만 한발 늦은 유행을 따라가는 느낌이지 않을까."

원창현 / 서울 서대문구
"젊은 세대들이 입는 옷스타일을 추구한다든가, 말투를 신조어 같은 걸 일부러 배워서 사용한다든가 이런 느낌인 것 같아요."

[앵커]
2030 입장에선 봤을 때엔 '젊지 않은 40대가 젊은 척을 한다', 이런 조롱이네요. 그런데 어쩌다 이런 뜻으로 바뀐 건지 취재가 됐습니까? 

[기자]
중장년층에서 이기적이고 소통이 어려운 청년층을 'MZ 세대'로 통칭하자 이에 대항하는 반작용으로 영포티가 떴다고 보는 분석도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정체성을 흉내 내면서도 기성세대로서 구조적 특권을 누리는 중년'에 대한 청년 세대의 부정적 인식이 깔려있단 겁니다. 전문가들은 보수화된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40대 남성들에 대한 거부감이 표출됐다고 보기도 합니다. 조국 사태로 불거진 공정성 논란도 한몫 했단 겁니다.

임명호 /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20대는) 다른 세대보다 더 경쟁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구도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40~50대들은 분명히 기득권인데, 기득권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청개구리 심리 이런 것들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앵커]
결국 청년과 중년.. 세대갈등의 일환인건데, 사회 구조적 원인도 있다고 봐야겠어요?

[기자]
네, 청년들의 반감엔 경제적 요인도 큽니다. 지난해 한국은행에 따르면 20대의 평균 순자산은 1억 386만원으로 40대의 23%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현재 청년들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1%대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낮은 상황인데요, 집값 상승에 고용의 질도 나빠지면서 세대간 자산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런 간극 속에서 여유롭게 왕성한 소비를 하는 영포티에 대해 '젊은 척하는 낡은 기득권'이란 반감이 만들어졌단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청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서로를 폄하하고 혐오하는 이런 표현 계속 등장할 수 있겠네요.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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