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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자원 화재보다 위험"…해군 지하공동구, '소방 사각지대' 방치

  • 등록: 2025.10.18 오후 13:32

  • 수정: 2025.10.18 오후 18:43

일반적인 지하 공동구의 내부 구조 /출처: 한기호 의원실
일반적인 지하 공동구의 내부 구조 /출처: 한기호 의원실

해군 주요 부대의 지하공동구(공동설비 터널)가 사실상 '소방 사각지대'로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력선·통신선·유류 송유관이 한 공간에 몰려 있어, 화재나 폭발이 발생할 경우 군 지휘 체계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기호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군 군수사령부와 진해기지사령부, 제1·2·3함대 등 대부분의 지하공동구에는 자동소화장치·화재탐지기·연소방지재 등 필수 소방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부대는 장비가 설치돼 있음에도 국회 보고서에는 "설치 내역 없음"이라고 허위 기재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들 지하공동구는 폭 0.6~1.9m, 높이 0.8~1.9m로 협소하고, 설치 연도도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제각각이다.

특히 군수사 지하구에는 제4류 위험물인 고유황경유 송유관이 매설돼 있어, 누전이나 과열로 불이 붙을 경우 폭발 및 연쇄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유황경유는 상온에서도 인화성이 높아 좁은 지하공간에서는 작은 스파크에도 폭발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지하공동구가 단순한 배관 공간이 아니라, 전력·통신·유류가 동시에 흐르는 군의 '지하 혈관'이라는 점이다.

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전력선이 끊기고 통신선이 손상되며, 지휘·통제 시스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럼에도 해군은 「군사시설법」특례를 적용해 "자동소화장치 설치 의무가 없다"며 시설 보강을 미뤄왔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소방청 법률해석에 따르면 군 부대 내 지하공동구도 「소방시설법」상 특정소방대상물에 해당하며, 국방부 자체 기준(NFTC 605)에도 소방시설 설치 의무가 명시돼 있다.

해군은 올해 국감 자료에서 지하공동구 길이를 12.3km 축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자동소화장치는 전기화재(C급)에 대응하지 못하는 장비로 확인돼, 전력선과 통신선이 함께 매설된 구조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민간에서는 2018년 KT 아현지사 공동구 화재 이후 동일 기준(NFTC 605)을 적용해 전국 전수조사를 완료했다.

당시 전기 스파크 한 번으로 통신망 300만 회선이 마비되고 복구에 60시간이 걸렸다.

한 의원은 "정부 전산시스템이 마비된 국정자원 화재보다, 군 지하공동구 화재는 국가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수준"

이라며 "감사원 전수조사와 국방부 특별감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공동구 내 화재 발생 시 초기 진화가 곤란해 장기적인 시설 지원 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2022년 이미 인정했지만, 해군은 이후에도 주요 시설을 누락 보고하거나 예산 반영을 미뤄온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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