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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부녀, 16년 만에 무죄…법원 "검찰 수사 위법"

  • 등록: 2025.10.28 오후 20:01

  • 수정: 2025.10.28 오후 20:12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15년간 옥살이를 했던 부녀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찰의 강압 수사와 위법한 신문으로 얻은 자백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광주고등법원 형사2부는 28일 살인 및 존속살인 혐의로 기소된 75살 백 모 씨와 41살인 그의 딸의 항소심 재심에서 "검찰의 수사는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부녀는 지난 2009년 전남 순천시 황전면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주민들과 나눠 마신 뒤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

검찰은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던 가운데 아내이자 어머니인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범행을 공모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번 재심에서는 그 진술의 신빙성이 무너졌다.

재판부는 문맹 수준인 백 씨와 경계성 지능을 가진 딸이 장시간 조사를 받으며 검찰의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진술거부권, 변호인 동석권 등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으며,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피의자 신문조서 또한 적법하게 작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부녀를 수사선상에 올린 근거가 됐던 검찰의 '경찰 첩보 제공' 주장도 허위로 드러났다.

실제로 첩보를 제공했다고 지목된 경찰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또 현장검증 당시 청산가리 희석량이 실제와 달랐던 점, 유리한 증거 미제출 등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1심 재판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이를 뒤집어 중형을 확정했다.

부녀는 이후 15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 2023년 재심 개시 결정으로 석방됐다.

재심 청구를 이끈 박준영 변호사는 "문맹과 저지능이라는 이유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허위 자백을 강요한 사건"이라며 "제도적 인권보호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무죄 판결에 대해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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