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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7300억 날아가나…검찰 항소 기준은?

  • 등록: 2025.11.10 오후 21:21

  • 수정: 2025.11.10 오후 21:26

[앵커]
정성호 장관이 여러 해명을 내놓았지만 부적절한 항소 포기였다는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검찰이 구형한 추징금과 법원 판결 사이에 수천억 원의 격차가 존재하는데, 검찰의 항소 기준은 뭔지, 왜 항소 포기가 이례적이라는 논란이 나오는지 신유만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신 기자, 추징금 액수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원래는 검찰이 항소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단 말이죠. 이거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검찰은 대장동 일당에게 7815억 원이 넘는 추징금을 구형했고 1심 법원은 473억 원만을 인정했습니다. 검찰이 구형한 액수의 93.9%가 인정되지 않은 겁니다. 검찰은 이 돈이 범죄 수익이라고 판단하고 국고로 환수하겠다며 기소했습니다. 대장동 사건을 거액의 개발 이익을 나눠먹은 부패 사건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형량 뿐 아니라 추징금 액수도 중요했습니다.

[앵커]
그럼 이제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7300억 원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피해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사 소송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낮다고 합니다.

김광삼 / 변호사 (前 검사)
"형사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전제가 됐을 때, 그 때 그걸 근거로 해서 받아낼 수 있는 것이지 무죄가 되어 버리면 민사에서 소송에서 이기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겁니다."

[앵커]
정성호 장관은 1심 형량이 충분했으니 항소를 안 해도 문제 없다는 취지로 얘길 하던데, 항소와 관련한 그런 기준이 있는 겁니까?

[기자]
대검찰청에는 '선고 형량이 구형량의 1/2 미만일 경우 항소한다'는 예규가 있습니다. 정 장관도 인용한 규칙인데, 대장동 일당들의 형량이 1/2 미만으로 나온 경우가 없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맞습니다. 하지만 예규에 '중대범죄는 선고형량이 구형량의 2/3미만인 경우 항소한다'는 기준도 있고 선고 형량과 무관하게 정의와 형평, 타당성에 따라 항소할 수 있다고도 돼 있습니다.

[앵커]
이 2분의1 예규, 실제로도 잘 지켜지는 규칙입니까?

[기자]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많습니다. 2018년 다스 자금 횡령과 110억 원 뇌물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했습니다. 법원은 15년을 선고했는데 구형량의 3/4가 나왔는데도 검찰은 항소했습니다. 지난 7월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받은 이철규 의원 아들은 구형량인 5년의 절반인 2년6개월형을 받았는데 검찰은 역시 항소했습니다.

[앵커]
대장동 관련자들이 무죄를 받은 혐의도 있었잖아요. 이렇게 1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보통 항소를 했던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피고인이 무고한 경우로 판단됐다든지 하는, 그러니까 기소가 잘못된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1심 무죄사건을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사례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재용 삼성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관련 1심에서 19개 혐의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검찰이 '기계적 항소'라는 비판을 감수해 가며 항소를 강행한 게 대표적입니다. 대장동 사건 1심 재판부는 피해액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 부분은 항소심에서 충분히 다퉈 볼 만 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고은 / 변호사 (前 검사)
"1심에서 가장 중한 부분일 수 있는 특경법의 배임이 일부 무죄가 났는데 항소를 포기해서 배임 가액을 정확히 특정해볼 수 있는 기회조차를 그냥 실기해버린 거거든요."

[앵커]
여러 각도에서 봤을 때 이번 항소 포기 관련 논란이 쉽게 사그러들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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