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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장단점과 전망은

  • 등록: 2025.11.12 오후 21:45

[앵커]
이재명 대통령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자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을 말하는 게 왜 죄가 되는지 의문과 비판이 있었는데, 반대로 폐지에는 신중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쟁점은 뭐고, 폐지되면 어떻게 되는지 신유만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신 기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정확히 어떤 법입니까?

[기자]
형법 안에 명예훼손죄가 있고, 명예훼손죄는 또 사실에 의한 것이냐 허위사실에 의한 것이냐로 나눠집니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한다. 여기서 '공연히'는 불특정 또는 많은 사람이 인식할 수 있도록 이라는 뜻입니다. 다만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처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등을 이용한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상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적용합니다.

[앵커]
이 법이 적용된 실제 사례가 있나요?

[기자]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배드파더스'라는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이곳의 운영자가 지난해 대법원에서 정보통신망법상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특정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공적 관심사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적 제재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임금 체불 사실이나 사내 괴롭힘 사실을 주위에 알렸다가 사실적시 명예훼손 유죄를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 법이 폐지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까요?

[기자]
표현의 자유가 크게 늘어납니다. 방금 살펴본 사례처럼 직장내 괴롭힘이나 학교 폭력 등을 주위에 쉽게 알릴 수 있게 됩니다. 진실을 말해도 처벌받는다는 위협이 사라지니 공익 고발자도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 사실을 후기로 공유하는 행위도 자유로워져서 소비자 알 권리도 충족됩니다.

[앵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유지돼 온 이유는 뭡니까?

[기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있었습니다. 아무리 사실이고 공익에 부합한다 해도 타인의 잘못을 마구 알린다면 사회가 혼란해질 거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위 '사이버 렉카'들이 타인의 치부를 '조회수 사냥'에 악용할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오경식 / 국립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아직까지는 대한민국 사회는 고소·고발이 너무 많이 있고 공익성이 인정되면 그 위법성을 조각하고 있는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앵커]
'우리나라에만 있는 법'이라 하던데, 이건 맞는 말입니까?

[기자]
이 법이 실제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건 우리와 일본 정돕니다. 우리 법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일본 조항을 거의 그대로 갖고 온 겁니다. 다만 일본은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라는 점이 우리와 다릅니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이 조항이 있지만 피의자가 진실임을 증명하면 면책됩니다. 미국은 1964년 명예훼손 처벌법 자체가 위헌 판결이 나면서 현재 대부분의 주들이 형법보다는 민사상의 손해배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박경신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실 봉건 시대 때 만들어진 법이에요. 정작 이 법을 처음 만들었던 유럽에서는 다 폐지를 했고 일부 국가들은 이제 사문화시킨 상태에서 법조문만 들고 있는 데도 있고요."

[앵커]
표현의 자유가 늘어나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정치사회적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갈등을 부추기는 불쏘시개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네요. 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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