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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새벽배송 금지' 제안에…노동계·소상공인 잇단 반발

  • 등록: 2025.11.16 오후 19:28

  • 수정: 2025.11.16 오후 19:39

[앵커]
늦은 밤에 주문해도 다음날 아침이면 우리집 문 앞에 필요한 물건이 배달돼있는 '새벽배송'. 어느덧 국민 2000만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는데요, 민주노총이 '새벽배송' 금지를 제안하며 소비자를 시작으로 새벽 기사들까지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 경제부 노도일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노 기자, 민주노총은 왜 새벽배송을 금지하자는 겁니까?

[기자]
네, 일단 민주노총은 새벽배송 전면 금지를 주장하는 건 아니란 입장입니다. 밤샘 노동이 택배 근로자 건강에 좋지 않으니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만이라도 배송을 금지하자"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택배 기사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택배 기사들은 현실을 무시한 제안이라고 말합니다. '새벽배송'은 택배기사가 평균 밤 10시 배달을 시작해 새벽 5,6시 쯤 업무를 마치는데요. 민주노총 주장대로면 배송 가능한 시간이 대폭 줄어드는 거죠. 저희가 만난 택배기사는 올해 대통령 선거 당일 택배가 하루 쉰 뒤 벌어졌던 일이 일상이 될 거라고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웅휘 / 택배기사
"대선 때 쿠팡이 처음으로 하루를 쉬게 됐는데 그 여파로 물량이 하루치 물량이 밀려 가지고 거의 한 일주일 고생을 했거든요."

한국노총도 새벽배송에 대해선 민주노총과 반대 입장에 서 있습니다.

하충효 /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본부장
"이거(새벽배송)에 대한 수요를 2시간 안에 할 수 있느냐, 그러면 기사들은 더 시간에 쫓기게 됩니다. (또 다른 방안으로) 2시간만 아니라 주간까지 하자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내세우는데 이것 또한 현실상불가능합니다."

[앵커]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하는 택배기사가 93%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더라고요,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소상공인들도 채소, 과일, 우유 같은 신선식품을 새벽에 배송받아 영업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러다 보니 소상공인연합회는 "민주노총의 '새벽배송' 금지 주장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한 연구에선 '새벽배송' 규제 시 경제 손실이 최대 54조원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고, 이 가운데 소상공인 매출 피해 예상액은 18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소비자들도 64%가 '새벽배송'이 중단되거나 축소된다면 불편함을 느낄 거라고 응답했는데요, 국회 게시판엔 "'새벽배송'금지를 막아달라'"는 청원도 등장했습니다. 두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이 올린 이 청원은 오늘 오후 3시 기준 6000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앵커]
민주노총이 새벽배송이 건강권을 해친다고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야간 근무를 하는 다른 직업군도 많지 않습니까.

[기자]
네, '새벽배송' 기사였던 정슬기 씨가 지난해 마흔 한 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과로에 따른 산업재해라고 인정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야간 노동은 아무리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한들 건강에 해롭다고 지적합니다. 고정 야간 근로자의 심혈관 사망률이 일반 근로자보다 2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다만 밤샘 근무는 고속버스 기사, 소방관, 경찰관, 군인, 의사 등 우리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많은 직종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야간 근로자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이런 직종들을 모두 아우르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새벽배송을 없앨 게 아니라, 밤샘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나 근로여건을 개선해야할 때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노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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