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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호의 앵커칼럼] 천당 위에 대장동

  • 등록: 2025.11.18 오후 19:34

  • 수정: 2025.11.18 오후 19:45

'♬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단순한 '집'이 아니라 '꿈'이었습니다. 척박한 도시에 뿌리내린 성공의 징표로, 가장의 어깨를 펴게 해주는 꿈의 공간 이었습니다.

"이제야 우리 애들한테 애비 노릇 제대로 하는 거 같아요."
"너무너무 좋아요. 눈물 날 지경이에요."

 그래서 아파트 정책은 늘 국가적 과제 였습니다. 오죽했으면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을까 싶습니다.

"박정희가 도로를 뚫은 '길 대통령'이라면 나는 주택 짓는 '집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

200만 호 아파트 건설이 현실화했습니다.

"지금은 천당 위에 분당 아닙니까? 전국에서 돈 싸 들고 덤벼드는 부자동네! 저 박성배가 이 손으로 꼭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지만 그 꿈을 파먹은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입니다. 설계자 남욱 변호사가 "4000억짜리 도둑질"이라고 말한 그 사건입니다. 일당들은 3억 5000만 원을 넣어 7886억 원을 챙겼습니다. 2253배 수익. '단군 이래 최대 개발 비리' 라는 말이 헛소리가 아닙니다.

1심 재판부는 '성남시 수뇌부'가 유동규 전 본부장을 매개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했습니다. 수뇌부가 누구냐를 놓고 논란은 있어도, 당연히 범죄 수익은 환수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겨우 473억 원 추징에 그쳤습니다.

검찰이 항소라도 해 나머지 돈을 묶어둬야 했는데, 포기합니다. 검사들이 경위를 해명하라고 촉구하자, 여권은 '항명'이라며 검사파면법을 끄집어냅니다. 해명을 촉구한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강등시키려고까지 합니다.

이쯤 되면, 제일 신난 건 악당들이죠. 당장 남욱 변호사는 법인 명의라지만, 강남의 500억 원대 부동산을 매물로 내놨습니다. 막을 방법 없습니다. 동결 재산들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풀릴 겁니다.

"권력을 가지고 유권 무죄, 무권 유죄. 진술들이 바뀌고 있는. 참담함을 느낍니다."

별빛이 흐르는 서민의 아파트 꿈이 범죄자들의 황금 둥지가 되는 나라. 법치는 어디로 간건가요? 정의가 사라지면서 대한민국 아닌 '대장민국'이 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11월 18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천당 위에 대장동'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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