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체

"다카이치 日 총리, 트럼프 압박에도 발언 못 무른다…지지층 부담"

  • 등록: 2025.11.28 오전 10:22

  • 수정: 2025.11.28 오전 10:25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REUTERS=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REUTERS=연합뉴스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발언으로 중국과 일본이 연일 갈등을 이어가는 가운데, 발언의 주인공인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현지 언론의 지적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대만과 관련해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일본에 전달했지만, 안보 전략 혼란과 국내 정치적 타격 때문에 발언을 쉽사리 철회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28일 보도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철회하면 "대만 유사는 '존립 위기 사태'가 아니다"라고 국제사회에 약속하는 것이 되고, 그렇게 될 경우 실제로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사태가 일어났을 때 미일간 군사적 공조가 어려워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앞서 지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면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군사 개입할 길이 열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립 위기 사태'란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일본의 존립을 위협하는 사태를 말하는데, 일본 현직 총리가 대만 유사시를 존립 위기 사태로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이후 "더러운 목을 망설임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의 공격적인 발언을 시작으로 연일 일본에 해당 발언을 철회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일본 관광을 자제시키는 '한일령'을 내린 데 이어 남중국해 등 각지에서 실탄 군사훈련도 이어가는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러한 중국의 압박에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무를 경우 주요 지지기반이자 대중 강경파가 많은 일본 보수층의 지지율에 타격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에 굴복했다", "약하다"는 비판과 함께 주요 지지층의 이탈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민당 의원은 "트럼프는 일본이 불붙인 이번 문제가 미·중 통상 협상에 영향을 주는 것을 싫어한다"며 "총리는 이제 답변을 번복할 수 없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대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가 미묘했고 다카이치 총리에게 발언을 철회(walk back)하라고 압박하지는 않았지만,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이러한 메시지를 우려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