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악화일로에 놓인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자위대 전투기 레이더 조준' 사건으로 정점을 찍은 가운데, 중국이 대만 문제에 대응시키는 차원에서 일본 오키나와를 겨냥한 압박을 높여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유사시 무력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언급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에 맞서, 일본이 대만에 개입한다면 중국은 오키나와에 군사적으로 영향을 가할 수 있다는 메시지 발신에 나섰다는 것이다.
일본 방위성은 8일 중국 해군 항공모함 랴오닝함 선단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동중국해를 지나 오키나와섬 남서쪽과 동쪽을 통과하는 해상 훈련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국군의 합동참모본부 격인 자위대 통합막료감부는 중국 해군의 함종과 항로, 훈련 상황을 그때그때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리기도 했다.
공개된 경로에 따르면 랴오닝함 선단은 5일 동중국해에서 오키나와섬 남서쪽과 미야코지마(宮古島) 사이를 지나 태평양으로 진입했다.
이어 오키나와섬 동쪽과 미나미다이토지마(南大東島) 사이를 통과해 7일 가고시마현 기카이지마(喜界島) 동쪽 약 190㎞ 해역까지 진출했다.
마치 오키나와섬을 둥글게 에워싸는 듯한 경로다.
중국 해군은 오키나와섬과 미나미다이토지마 사이 해역에서 전투기와 헬리콥터의 항모 이착륙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는데, NHK에 따르면 해당 해역에서 중국군 항모의 전투기 이착륙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6일 오후엔 랴오닝함에서 출격한 함재기 J-15가 대응 출격한 일본 항공자위대의 F-15 전투기를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간헐적으로 레이더를 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본 측은 중국 함재기가 화기 조준과 발사 등에 사용되는 사격통제용 레이더(FCR·Fire-control radar)로 조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본 육상자위대에서 복무했던 사토 마사히사 전 참의원 의원은 "중국 항공모함 선단 훈련이 이번 사건에서 극단적인 위험의 수준까지 이르렀다"면서 "이번 군사 훈련의 특징은 대만이 아니라 일본, 그 중에서도 오키나와를 겨냥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항모 선단이 오키나와 본섬과 아마미 군도를 둘러싸는 움직임을 보였다. '류큐(오키나와의 옛 이름) 유사는 중국 유사'라는 선전전과 연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달 29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의 한 박물관에서 열린 전시 소식을 전하면서 일본 오키나와가 과거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주장을 부각하기도 했다.
전시에 소개된 과거 명나라의 칙서에 따르면 명 왕조가 류큐 국왕을 총 15차례에 걸쳐 책봉했고, 이러한 사료가 류큐가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또한 '류큐학 연구는 왜 중요한가'라는 사설을 통해 "류큐를 연구하는 것은 일본의 편파적이고 이기적인 병합 역사 서사를 해체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차별과 강제 동화 정책을 지속 추진하며, 류큐가 일본을 위해 치러야 했던 희생을 제도화하고 정당화하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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