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시중 유동성 증가가 집값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집값 상승은 특정 지역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고환율은 해외 투자 등 외환 수급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장과 이화연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분석팀장은 16일 한은 블로그에 게재된 '최근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라는 글을 통해 "유동성만으로 수도권 주택가격과 환율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0월 광의통화(M2) 평균 잔액은 전월 대비 41조1000억원(+0.9%) 증가한 447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7개월 연속 증가세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상승 폭도 전월(+0.7%)보다 커졌다.
상품별로 보면 수익증권(31조5000억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년 미만 정기 예,적금도 9조4000억원 늘었다.
그러나 한은은 현재 유동성이 과도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번 금리 인하기의 누적 M2 증가율은 8.7%로, 과거 금리 인하기인 2012년(5.9%)보다는 높지만, 2014년(10.5%)이나 2019년(10.8%)보다는 낮다는 것이다.
미국과 비교해도 유동성 증가세가 지나치게 가파른 건 아니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2020년 3월) 직전으로 시계를 넓혀보면, 한국과 미국의 M2 누적 증가율은 49.8%, 43.7%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은은 M2 범위 밖 자금이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M2 통계상 증가세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M2는 현재 현금과 요구불예금 등 협의통화(M1)외에도 MMF(머니마켓펀드),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을 포함해 집계하고 있다.
한은은 "자산가격과 환율 상승의 원인을 단지 유동성만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 해결의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중 유동성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국내외 투자자의 신뢰 제고를 위한 자본시장 제도 개선 등 정책적 노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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