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당국이 1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한 정례 협의를 진행했다. 당초 참석을 조율 중이던 통일부는 전날 불참을 통보했다. 협의 명칭은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협의'로 정해졌는데 '대북 정책'을 한미 '외교' 당국이 주도적으로 논의한다는 데에 통일부가 반대하는 듯한 의견을 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이 케빈 킴(Kevin Kim) 주한미국대사대리와 '한미 정상회담 Joint Fact Sheet 후속협의'를 개최했다"면서 "이번 회의에는 한미 양국의 외교안보 부처에서 참석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이번 회의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에 기초해 한반도 관련 한미간 제반 현안이 포괄적으로 논의됐다"면서 한미 정상이 북한 관련 합의사항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에 대한 의지' 등을 나열했다. 통일부의 반대에도 대북정책 전반을 논의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 측에서는 이날 댄 신트론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과 마리아 샌드 동아태 북한 팀장·브라이언 콕스 미 국무부 INR 고위정보분석가 등 국무부 인사들 뿐 아니라, 스콧 존슨 미 전쟁부(국방부) 한국 지역 책임자와 앤소니 핸더슨 주한미군 전략기획정책 담당 준장 등도 참석했다. 북한 문제가 주요 의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전날 통일부는 입장문을 내고 "남북대화, 교류협력 등 대북정책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필요시 통일부가 별도로 미측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불참을 통보했고, 통일부 당국자도 16일 오전 기자들에게 "남북대화나 교류 협력이 있을 때는 통일부가 보다 더 주도적으로,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했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 정책, 남북 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라며 "동맹국(미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했고, 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김연철·이인영 등 진보 정부의 역대 통일부 장관 6명은 15일 "전문성이 없고, 남북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북정책을 맡길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한미 협의체를 두고 지난 2018년 남북·미북 대화 국면에서 운영됐던 '한미 워킹그룹'을 거론하면서 "과거 한미 워킹그룹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적인 협의가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제재의 문턱을 높이는 부정적인 역할을 했다",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을 반대한다"고 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남북 대화 재개나 군사적 충돌 관리마저 '조율 대상'이 되면 한국의 주체적 행동 능력이 상실될 것"이라며 "한미 협력은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외교부가 앞장 서서 사실상 미국의 '사전 승인' 구조를 제도화하는 방식은 한반도 평화의 운전대를 스스로 내려놓는 자해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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