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여러 개의 인격을 동시에 드러내면 정신과적으로 '분열'이라고 합니다.
"검은 백조는 내 거야!" "내 거야!"
영화 <블랙 스완>에서 발레리나는, 착하고 이성적인 하얀 백조와 악하고 관능적인 검은 백조를 한 무대에서 동시에 완성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정신적 분열과 고통이 잇따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다양한 나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국가라고 다를 게 있을까요? 깊은 분열에 빠질 때가 많죠. 어제 한국과 미국이 대북정책 등을 공조하는 첫 회의를 열었는데, 통일부가 빠졌습니다. 본인들이 주도해야 하는데, 왜 외교부가 나서느냐는 거였습니다.
지난번에는 케빈 킴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외교부를 찾아 한미 공조를 강조했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이 '군의 생명선'" 이라는 안규백 국방장관의 견해에 동의하기도 했죠. 북한과 대화하려면 훈련을 줄여야 한다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정면으로 겨냥한 겁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핵심에는 튼튼한 한미 동맹이 있다고 했습니다. 정 장관의 고군분투가 여러 장면에서 보이는데, 번번이 꺾이는 듯도 합니다.
그렇다고 힘이 완전히 빠진 건 아니죠. 한미 간 대북정책 협의가 통일부 의중대로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 후속 협의'로 바뀌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과거 노무현 정부 때의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간 대립이 재연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자주파의 원로들이 나서 대통령 발목을 잡는 세력이 정부 안에 있다며 정 장관을 지원할 정도입니다. 이미 한차례 겪었던 일이 역사의 도돌이표가 됐습니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원칙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혁명을 이끌던 해밀턴이 주저하는 에런 버에게 한 말 보시죠.
"뭘 망설이는 거야? 버, 네가 아무 원칙도 지키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뭘 위해 살겠다는 거야?"
외교 안보에서 원칙이 흐려지면, 상황에 휘둘립니다. 그때쯤 되면 국가가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아질 겁니다.
"셰셰"로 해결되거나 "페이스 메이커"로 우리 안보가 든든해지지 않습니다. 최고 지도자가 지휘봉을 단단히 잡고 외교 안보 라인의 혼선을 바로잡아야 좀 더 편안한 나라가 될 겁니다.
12월 17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셰셰만으론'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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