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말하려면 신의 이름부터 불러야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신과 왕에 대한 당신의 범죄에 대해 .. 거기에서 당신이 죽을 때까지 돌에 맞을 것이다."
"화가 내릴 것이다 아합."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죠. 이스라엘 왕 아합과 왕비 이세벨. 포도원 하나를 빼앗으려 평범한 농부 나봇에게 신을 모독했다는 죄를 씌웁니다.
선지자 엘리아가 신의 이름으로 그 악행을 폭로했습니다.
시간을 훌쩍 건너 2014년 미국 실리콘밸리로 가봅니다. 한 방울의 피로 모든 병을 진단한다던 회사, 테라노스. 혁신의 아이콘이었지만, 거대한 사기였습니다.
거짓을 폭로한 사람은 평범한 직원 에리카 정입니다. 내부고발자인 정은 사실을 숨기려는 회사 압력에 무서웠고, 두려웠고, 불안했다고 했습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진실을 알리는 건 여전히 힘듭니다.
정청래 / 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악의적 선동으로 혼란을 부추기고,.. 재미를 보려는 .. 고의적 허위·조작 정보와 불법 정보는 단호히 퇴출시키겠습니다."
허위조작정보를 근절하겠다며 민주당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막는 '입틀막법'이라는 비판, 위헌논란이 잇따랐지만, 입법폭주를 막지 못했습니다.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 과징금 10억원. 문제는 처벌의 세기가 아니라, 기준입니다. 뭐가 허위인지, 누가 판단하는지, 그 판단을 누가 감시하는지 모호합니다.
게다가 정치인, 고위공직자, 대기업 같은 권력자들이 전략적 봉쇄소송, 겁주기용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부패 의혹도, 정부 비판도 가짜뉴스 딱지 하나면 조용히 묻힐 수 있습니다.
진실을 숨기려는 권력과의 전쟁인 저널리즘은 어떻게 해야 제 몫을 다할 수 있을까요?
에리카 정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사람들이 의견을 말할 수 있고 그걸 들어줄 수 있는 문화가 생기는 것입니다."
허위를 잡겠다며 입을 막으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허위가 아니라 비판입니다.
권력은 늘 가짜뉴스를 막는다지만, 판단 기준을 권력이 쥐는 순간, 비판은 가짜가 되고, 침묵만 진실처럼 남을 겁니다.
역사는 명쾌합니다. 지난 80여 년, 그 어떤 권력도 국민의 입을 완전히 막은 적은 없습니다. 진실은 막을수록 돌아 나오고, 누를수록 더 크게 말합니다.
권력이 마뜩치 않게 봐야 언론은 제 역할을 다하는 겁니다.
12월 25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불편해야 언론"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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