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체

[아침에 한 장] 이곳은 지금 합법적 난장판

  • 등록: 2025.12.30 오전 08:19

  • 수정: 2025.12.30 오전 08:24

[앵커]
렌즈에 담긴 순간, 그 의미를 짚어보는 시간이죠. 사진기자가 선택한 아침에 한 장입니다. 오늘은 조선일보 사진부 이태경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볼 사진은 어떤 건가요?

[기자]
온 마을이 흰 가루로 뒤덮여 마치 눈 폭탄이라도 맞은 듯한 모습인데요. 스페인 남동부의 작은 마을, 이비인데요. 매년 이맘때쯤이면 아주 합법적인 난장판이 벌어지곤 한다는데요 현장의 모습 사진으로 만나보겠습니다. 뿌연 연기 속에서 군복 차림의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밀가루와 달걀을 던집니다. 200년 넘게 이어져 온 스페인의 전통 겨울 축제, '엘스 엔파리나츠'인데요. 가짜 군복을 입은 참가자들은 밀가루와 폭죽을 이용해 마을의 권력을 장악하는 '가짜 쿠데타'를 연출하는데요. '밀가루를 뒤집어쓴 사람들'이라는 축제 이름처럼 온통 하얗게 변해버린 가운데 시민들은 환호합니다. 

[앵커]
밀가루와 달걀로 벌이는 쿠데타라니, 재밌겠어요. 사람들의 활기가 느껴지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 축제가 열리는 날은 스페인 판 만우절인 '무고한 성인들의 날'인데요. 참가자들은 가짜 법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우스꽝스러운 '벌금'을 걷는데, 이렇게 모인 돈은 전부 지역의 자선 단체에 기부됩니다. 난장판처럼 보이는 하얀 가루 속에는 이웃과 함께 웃음을 나누고 어려운 이들을 도우려는 마을 공동체의 따뜻한 결속력이 담겨 있는 건데요. 장난기 가득한 이들의 전투는 적막했던 연말의 거리를 나눔의 온기로 채우고 있습니다. 

[앵커]
하얀 밀가루 세례가 연말의 고단함을 씻어내는 축복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지금까지 아침에 한 장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