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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기 전에 쪼갠다"…주세행정의 최전선, 주류면허지원센터 가보니

  • 등록: 2026.01.19 오후 22:15

  • 수정: 2026.01.21 오후 15:38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 주류전시관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 주류전시관

제주도 서귀포혁신도시에 위치한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이하 센터)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운 유리 진열장이었다. 맥주, 소주, 위스키부터 전통주까지 수천여 종의 술병이 늘어서 있지만 이곳은 주류 판매장이 아니다. 이곳은 술의 맛을 즐기는 곳이 아니라 술의 성분을 분석해 주종을 판별하고 세원을 관리하는 기술 행정의 현장이다.

박성배 주류면허지원센터장
박성배 주류면허지원센터장

센터 2층 분석실로 들어서자 알코올 냄새가 날거란 예상과 달리 낯선 기계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이곳은 주류의 맛과 향을 화학적 데이터로 분해하는 공간이다. 박성배 주류면허지원센터장은 각각의 용도를 설명했다. 청색 장비는 액체 크로마트그래프(LC)로 술 속에 녹아 있는 맛 성분을 분석하며 흰색 장비는 기체 크로마트그래프(GC)로 향기 성분을 분석하는 기기다. 병마다 붙어 있는 흰색 라벨에는 브랜드 대신 채취번호, 접수일자, 규격(알코올 12%) 등의 행정 정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판매 중인 제품은 상표가 붙어 있지만 시장에 나오기 전 단계인 신제품 시료는 브랜드가 가려진 채 관리되고 있었다.

주류 견본
주류 견본

박 센터장은 분석 원리에 대해 "잉크를 물에 떨어뜨리면 무지개색처럼 분리되듯 용매나 가스를 흘려보내 술 속의 성분들을 시간대별로 분리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분리된 성분은 모니터 상에서 피크(Peak)라는 그래프 형태로 나타난다. 연구원들은 이 피크의 면적을 계산해 특정 과일 향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인체에 유해한 메탄올이나 아세트알데히드 함량은 얼마인지 수치로 확인한다.

분석 장비 앞에는 수십 개의 작은 시료병이 꽂힌 원형 트레이가 있었다. '오토 샘플러(Auto Sampler)'라 불리는 이 장치는 전처리된 시료 50~100개를 걸어두면 기계가 자동으로 시료를 주입(Injection)하고 분석한다. 사람이 일일이 주사기로 주입할 필요 없이 장비는 밤새 자동으로 돌아가며 데이터를 컴퓨터에 축적한다.

주류의 향 패턴을 분석하는 일명 '전자코'
주류의 향 패턴을 분석하는 일명 '전자코'

분석실 한켠에는 '전자코(Electronic Nose)'라는 명패가 붙은 장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의 후각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장비다. 박 센터장은 "사람이 평가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기계 센서를 이용해 주류가 가진 고유의 향기 패턴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 장비는 술의 향기 성분을 수치화된 패턴으로 인식해 데이터베이스화한다. 이를 통해 특정 주류의 향기 특성을 판별하고 나아가 품질 관리의 기준점으로 삼는다.

센터의 역할은 단순히 완성된 술을 검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1층과 별도 교육장에서는 주류 제조 기술을 전수하고 컨설팅하는 기능이 활발히 작동하고 있었다. 1909년 대한제국 탁지부 소속 양조시험소로 출발한 센터는 1923년부터 100년 넘게 주류 제조자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국산 효모 개발 성과다. 국내 주류 제조에 쓰이는 효모의 상당량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외화 낭비와 전통성 훼손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 이에 센터는 국립생물자원관과 공동 연구를 통해 품질이 뛰어난 우수 국산 양조효모 6종(탁·약주용 4종, 증류주용 1종, 맥주용 1종)을 발굴하고 특허를 등록했다 . 최근에는 보관이 어려운 액상 효모의 단점을 보완해 분말 형태의 효모를 개발해 2023년부터 주류 제조장에 보급하고 있다.

실제 전통효모를 활용해 발효 중인 막걸리
실제 전통효모를 활용해 발효 중인 막걸리

또한 영세한 주류제조자를 위해 현장기술컨설팅을 운영하며 제조장의 애로사항을 직접 방문해 해결해주거나 자체 분석 장비가 없는 업체들을 위해 성분 분석표를 대신 발급해주기도 한다. 수출을 희망하는 업체에게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주요 수출국 언어로 번역된 분석·감정서를 발급해 해외 시장 개척을 돕는다.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는 흔히 생각하는 단속 중심의 기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첨단 분석 장비와 120여 종의 기기를 갖춘 이곳은 과학적 검증을 통해 정확한 주세를 부과하는 과세 인프라이자 영세 양조장의 기술적 한계를 보완해주는 연구소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 "고품질 주류 제조 지원으로 우리 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센터의 목표처럼 이곳의 분석기들은 오늘도 한국 술의 표준을 숫자로 기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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