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간 이어진 균형발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인구 집중이 심화한 주된 원인은 지역 간 생산성 격차 때문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인프라 공급 위주의 정책보다는 지역 거점도시의 산업 생산성을 높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김선함 연구위원이 발표한 'KDI 포커스: 수도권 집중은 왜 계속되는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수도권 도시들의 생산성은 20.0% 증가한 반면 비수도권은 12.1%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생산성 우위가 강화되면서 같은 기간 수도권 인구 비중은 47.4%에서 49.8%로 상승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2010년대 들어 비수도권 전통 제조업 도시들의 쇠퇴가 수도권 집중을 부채질했다고 분석했다. 거제, 구미, 여수 등 주요 산업도시들은 조선업 불황과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생산성이 급감했다.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만약 이들 비수도권 제조업 도시의 생산성이 감소하지 않고 2010년 수준을 유지했다면 2019년 수도권 인구 비중은 실제(49.8%)보다 낮은 47.2%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됐다. 나아가 이들 도시가 전국 평균 수준의 생산성 증가율을 기록했다면 수도권 비중은 43.3%까지 하락했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혁신도시나 세종시 건설 등 인프라 중심의 투자는 인구 분산에 한계를 드러냈다. 대규모 투자로 혼잡비용 등 인구수용비용은 낮췄지만 기업과 인재를 끌어들일 생산성 증가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종시의 경우 출범 이후인 2010~2019년 생산성 증가율이 6.4%에 불과해 판교테크노밸리 등이 위치한 성남시(49.2%)와 큰 격차를 보였다. 보고서는 향후 공간정책이 인프라 확충을 넘어 지역의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비수도권 내에서도 거점 대도시를 중심으로 투자를 집중해 집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연구위원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려면 비수도권 내의 격차 확대는 일정 부분 용인할 필요가 있다"며 "공간 구조를 대도시 위주로 재편하고 쇠락한 소도시 주민에 대해서는 정주 여건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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