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2024시즌을 우승하자, 선수단을 향한 '복지'는 확 달라졌다. 2025시즌을 대비한 해외 전지훈련, 선수단 전원의 비행기 좌석이 일반석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됐다. KIA 선수단은 그렇게 휘파람을 불며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같은 날 미국행 비행기 올랐던 LG 선수단은 늘 그렇듯 일반석을 타고 이동했다. 넓은 좌석에서 편하게 이동하는 KIA 선수들이 부럽다는 인터뷰 한마디를 남긴 채.
절치부심은 1년 동안의 분투를 위한 귀중한 자양분이었다. 그 긴장을 끝까지 유지했던 LG는 2025시즌을 우승했고, 반면 KIA는 8위로 시즌을 마쳤다.
2026시즌을 대비한 KIA의 해외 전지훈련지가 일본의 외딴섬으로 바뀌었다. 비행기 좌석은 비즈니스석 대신 다시 일반석으로 돌아갔다.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1,2군의 위치도 곧바로 바꿀 수 있다"는 이범호 감독의 비장한 인터뷰가 출국장을 함께 했다.
KIA의 전지훈련지 일본 아마미오시마 섬은 야구에 전념하기 충분한 조용한 휴양지이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지옥 훈련을 위한 외딴섬이라는 이미지와 오히려 잘 연결된다. 故안성기 배우가 감독(손병호) 역으로 출연했던 이장호 감독의 영화 외인구단(1986년 作)이 떠오르는 대목. 외인구단의 지옥은 실력을 만들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변명을 제거하는 장치였다. 절벽을 기어오르고, 로프 한 줄에 매달려 낭떠러지를 건너고, 진흙탕을 기어가며 낙지와 장어를 맨손으로 잡아 그 날것을 씹어 삼키는…. 지옥의 모양새에 충실하기 위해 채찍을 휘두르는 이가 등장할 정도로 활발한 상상력이 자리 잡고 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끈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에서 베트남에 '충격패'를 당하며 4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 수 아래로만 여겼던 팀에 패했다는 충격 하나, 경기 중 베트남 선수 중 하나가 퇴장당해 11대10의 수적 우위에도 패했다는 점 역시 컸다.
프레젠테이션 능력으로 감독을 선발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 상황이지만, 대표팀의 부진을 동기부여 측면에서 해석하는 것도 나름 타당해 보인다. 23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은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얻을 수 있는 병역 혜택을 축구 인생의 로드맵처럼 삼는데, 이번 대회가 제대로 눈도장을 받기 위한 기회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체념했다는 분석이다. 그 나이대 한국 최정상급의 선수들은 이미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기에 K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이번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의 기회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문명의 성장을 "도전에 대한 창조적 응전의 연속"으로 정의했다. 문명은 자연환경의 가혹함, 정치적 위기, 외부 세력의 압박, 내부 갈등 등 늘 도전에 직면하는데 오히려 적절한 긴장 속에서 창의적 해법을 찾아낼 때 성장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도전을 더 이상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 '부적절한 응전'이다. 이 지점에서 절실함이 사라진다. 그는 이 상태를 '성공의 관성'이라고 했다. 전투에서 지는 게 아니라, 전투를 절실하게 여기지 않게 되는 것. 문명이 죽기 전에 먼저 '싸울 이유'를 잃는다고 봤다.
아마미오시마라는 섬은 KIA 타이거즈가 아직도 싸울 이유를 붙들고 있는지 자신을 심문하는 공간이다.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역시 '부적절한 응전'을 경험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