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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첫 '게이 총리' 탄생 눈앞…예비신랑은 올림픽 필드하키 스타

  • 등록: 2026.01.29 오후 17:09

  • 수정: 2026.01.29 오후 17:10

롭 예턴(왼쪽) 대표와 니콜라스 키넌(오른쪽)/페이스북
롭 예턴(왼쪽) 대표와 니콜라스 키넌(오른쪽)/페이스북


네덜란드에서 사상 첫 남성 동성애자 총리가 탄생할 전망이다. 중도좌파 민주66(D66)을 이끄는 롭 예턴(38) 대표가 연립정부 합의에 따라 차기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다. 1987년생인 그는 네덜란드 최연소 총리 기록도 함께 쓰게 된다.

AFP통신은 30일을 전후해 D66과 중도우파 자유민주당(VVD), 기독민주당(CDA) 등 3당이 예턴을 총리로 하는 연립정부 협정문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새 내각은 다음 달 23일쯤 공식 출범한다. 지난 26~27일 밤샘 협상 끝에 3당이 연정 구성에 합의하면서 정권 이양 절차가 급물살을 탔다.

예턴이 취임하면 엘리오 디 루포(벨기에), 그자비에 베텔(룩셈부르크), 리오 버라드커(아일랜드), 가브리엘 아탈(프랑스)에 이어 남성 동성애자로서 정부 수반에 오르는 사례가 된다.

1987년 네덜란드 남부 페이헐에서 태어난 예턴은 라드바우드대에서 행정학 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영 철도청 프로레일에서 근무하다 정계에 입문해 2018년 31세의 나이로 D66 역대 최연소 원내대표에 올랐다. 이후 제4차 뤼터 내각에서 기후에너지부 장관(2022~2024년)을 지냈고, 2024년에는 제1부총리를 맡았다. 2023년 8월부터 당 대표직을 수행 중이다.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 혈통을 지닌 혼혈이기도 한 그는 사생활로도 국제적 주목을 받아왔다. 2021년 다른 정치인과 함께한 ‘브로맨스’ 틱톡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이를 계기로 아르헨티나 출신 필드하키 국가대표 니콜라스 키넌(28)과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2022년부터 교제했고, 2023년 관계를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파리 올림픽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곧 미스터 앤드 미스터가 된다”며 약혼 사실을 알렸다.

네덜란드는 2001년 세계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국가로, 예턴의 성적 지향은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이번 연정은 과반 의석에 못 미치는 소수 정부다. 하원 전체 150석 가운데 D66(26석), VVD(22석), CDA(18석)를 합쳐도 66석으로 과반(76석)에 10석이 부족하다. 외신들은 “네덜란드 정치에서 보기 드문 소수 내각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새 정부는 사안별로 다른 야당과 협력해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기후·복지·교육 분야에서는 녹색노동당이나 볼트 등 좌파 야당과, 재정·안보·이민 문제에서는 JA21, 농민시민운동(BBB) 등 보수 야당과 손잡는 방식이다. 연정 협정문에도 “상·하원 모두에서 다른 정당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로봇 예턴’이라는 별명처럼 감정 표현이 적고 냉정한 이미지로 알려진 그는 이번 선거에서 오히려 예측 가능성과 안정감을 앞세워 중도층 지지를 확보했다. 이민 증가가 노동계층에 부담을 준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민 통제 강화와 국방 투자 확대를 약속한 전략도 주효했다.

반면 강경 반이민 노선을 앞세워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린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PVV) 대표는 2023년 총선에서 제1당에 올랐음에도 연정 구성에 실패했고, 2025년 조기 총선에서는 제4당으로 밀려났다.

차기 ‘네덜란드 퍼스트 젠틀맨’이 될 키넌 역시 주목 대상이다. 두 사람은 올해 여름 스페인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예턴이 취임하면 국제 외교 무대에 동성 배우자가 공식 배우자 자격으로 등장하는 첫 사례가 된다. 아르헨티나 출신 왕비 막시마에 이어 총리 배우자까지 같은 국적이라는 점도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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