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통제 없는 시대가 이번주에 시작됩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존재하던 뉴스타트라고 하는 핵무기 군축 조약이 2월 5일을 기해서 만료됩니다.
이걸 갱신해야 하는데, 서로 남탓만 하고 연장할 의지가 없어요.
그럼 이제 핵군축 체제가 사라지는거에요.
1972년 닉슨과 브레즈네프부터 시작해서 1985년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를 거쳐 2010년 오바마와 메데베데프가 현재의 체제를 만들었어요.
실전 배치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무장 중폭격기의 수를 700대로 제한해요.
실전 배치된 ICBM, SLBM에 탑재된 핵탄두와 핵무장 중폭격기에 배정된 탄두 수 (중폭격기 1대는 탄두 1개로 계산)를 1,550개로 제한하고요.지금 실전 배치된 탄두 수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이 좀 적어요. 러시아는 제한 한도에서 딱 하나 빠져서 꽉 채우고 있어서 좀더 많아요.
그런데 창고에 있는 건 미국이 더 많아요.
이것도 무지 많긴 한데, 핵군축이 없던 시절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에요.
미소 냉전이 한참일 때는 단위가 달랐어요. 미국은 3만발 이상, 러시아는 4만발을 갖고 있었거든요.
어차피 인류공멸은 똑같지 않냐고 할지 모르지만, 핵무기 3~4만발이면 지구상에 사람이 다 죽는 걸 넘어서 지각 자체가 작살나는 수준이에요.
미국과 소련은 인류공멸을 막기 위해 핵군축에 합의했을까요?
천만의 말씀이죠.
핵무기라는 게, 그냥 갖고만 있어도 돈이 만만찮게 들어요.
핵무기라는 게 그냥 창고에 두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 만들어야 하거든요.
한발에 드는 관리비용이, 싸게는 50억, 비싸게는 280억 들어요. 한발에.
미국이 이미 만들어놓은 핵무기 관리하는데에만 1년에 133조원에 써요.
그런데 예전에 소련은 4만발 갖고 있었다면서요. 그럼 얼마가 들었겠어요?
1,200조원이에요.
참고로 우리나라 1년 예산이 600조가 조금 넘어요.
1년 예산 다 털어도 핵무기 관리 비용도 안 나와요.
러시아는 지금도 1년 예산이 600조가 안돼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이게 고르바초프가 핵무기 감축에 동의한 이유에요.
망해가는 소련은 때려죽여도 핵무기 관리 비용조차 댈 재간이 없었거든요.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서.
그럼 지금은 돈이 썩어나서 무한 핵경쟁을 벌이자는 걸까요?
미국과 러시아의 속내가 달라요.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을 협박하는 카드로 써요.
그런데, 이게 장기화되면 골치 아파져요.
애당초 고르바초프가 마주했던 핵무기 관리비용이라는 문제를 똑같이 만나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러시아는 이 상황으로 겁만 주면 돼요. 이 상황이 길어지면 안돼요.
그래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에요.
"러시아는 전세계적인 분쟁을 원치 않는다."
이게 러시아가 착한 척 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이거 이대로 핵경쟁으로 가면 러시아는 감당 못해요.
사실은 울고 싶은 마음이죠.
진짜로 핵경쟁이 벌어지면, 러시아도 가만 있을 수는 없는데, 그 돈 감당은 누가 하냐고요.
그래도 끝까지 쎈 척 합니다.
"국가의 운명이 걸려 있다면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데) 누구도 의심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 계산은 좀더 복잡해요.
일단, 트럼프가 생각하기에는 국가의 안전을 지켜주는 건 실력이지 약속이 아니에요.
소련하고 핵군축 조약 체제를 유지하는 것보다 압도적인 핵전력을 갖추는 게 더 안전하다고 보는 거에요.
그리고, 약속을 하더라도, 이제 러시아하고만 하는 약속은 의미가 없다는 거에요.
지금 중국이 핵탄두 갯수를 엄청난 속도로 늘리고 있단 말이에요.
미국이 보기에 러시아는 끽해야 지역강국이에요. 그냥 유럽 나라들하고 아웅다웅하고 싸우게 두면 그만이에요. 미국의 진짜 걱정은 중국이죠. 그런데 중국은 군축의 틀 밖에서 무한 자유를 누리는데, 미국은 뉴스타트라는 족쇄를 차고 있다, 이건 말이 안되는 거죠.
어쨌든 이제 무한 핵 군비 경쟁의 시대는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제 중국까지 포함한 군축 협상의 장이 열린다면, 호시탐탐 기회를 보던 김정은도 한 자리 끼겠다고 나설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쯤 되면 우리도 제대로 골치 썩을 상황이 되겠죠.
타이밍 놓친 비핵화 프로세스가 한반도의 운명을 어디로 끌고 갈지도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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