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의 대부' 촘스키, '엡스타인 절친' 뒤늦게 사과…"성범죄 전력 몰랐다"
등록: 2026.02.09 오전 09:31
수정: 2026.02.09 오전 09:35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미국의 좌파 지식인이자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97)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가 아내와 함께 사과 입장을 밝혔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촘스키 교수의 아내 발레리아 여사는 부부 명의로 발표한 장문의 성명에서 “엡스타인이 자신들을 속였으며, 그의 배경을 철저히 확인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실수였다”고 밝혔다.
발레리아 여사는 촘스키 교수가 엡스타인을 처음 만난 시점을 2015년으로 설명하며, 당시 엡스타인이 자신을 과학 분야에 관심을 둔 자선사업가로 소개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2014년 결혼했으며, 촘스키 교수는 2023년 뇌졸중을 겪은 뒤 회복 중인 상태다.
그는 “엡스타인이 과거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배경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부주의는 명백한 판단 착오였고, 이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겉으로는 도움을 주는 친구처럼 보였지만 범죄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지른 인물과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촘스키 교수와 엡스타인의 관계는 지난달 30일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을 통해 다시 주목받았다. 해당 자료에는 엡스타인이 2019년 성매매 혐의로 조사를 받기 시작한 뒤 촘스키에게 대응 방안을 묻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공개된 메시지에는 ‘노엄’이라는 이름으로 “최선의 방법은 무시하는 것”이라는 조언이 담겼고, 엡스타인은 이를 지인들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서에는 두 사람이 만남을 이어갔고, 뉴욕이나 카리브해 방문을 논의한 정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발레리아 여사는 “남편의 조언은 엡스타인의 주장에 기반한 것이며, 정치적 논란을 겪어온 자신의 경험을 일반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엡스타인이 자신이 부당하게 박해받고 있다고 주장했고, 남편은 이를 선의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또 촘스키 부부가 엡스타인의 뉴욕 자택에서 저녁을 함께하고 뉴욕과 파리의 아파트에 머문 적은 있으나, 카리브해 섬에는 방문하지 않았으며 그곳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촘스키 교수와 엡스타인 사이에 두 건의 금융 거래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엡스타인이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취한 조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엡스타인이 재정 자문 역할을 했을 뿐, 그의 회사에 투자한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본주의와 불평등·억압에 맞서 투쟁을 주창해 온 촘스키 교수는 지난달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을 통해 엡스타인과 친분이 깊었음이 추가로 드러났다.
과거 촘스키는 적화통일된 베트남을 '도덕적 체제'라고 분석하거나, 킬링필드 학살극을 자행한 캄보디아 크메르 루즈 정권을 “휴머니즘에 입각해 사회혁명을 이뤘다”고도 평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내 좌파 운동권들 사이에선 ‘세계적 석학’이자 ‘시대의 양심’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종전선언을 지지했고, 지난 2024년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을 두고는 “한국이 미국의 신냉전에 동참하면 한반도 평화가 위험해진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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