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의 승부수가 제대로 통했습니다.
기대 이상의 결과입니다.
단순 과반을 넘어 개헌선을 확보했습니다.
자민당 단독으로 310석 이상을 획득했습니다.
다른 당의 도움 없이 헌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이런 게 뒤집기 한판이죠.
국민 여론을 우호적으로 조성해놓고, 의석을 확보하고, 정책을 힘있게 추진하는 거죠.
물론 당장 헌법 개정부터 시작하진 않을 거에요.
일단은 경제가 먼저에요.
'책임있는 적극재정' 선거공약 1호였고, 총선 승리 후 가장 먼저 한 말이기도 했어요.
돈 풀겠다는 말이거든요.
이것도 순서가 맞아요.
보면 참, 다카이치가 일머리가 있어요.
돈을 푼다 그러면 일단은 금리 인하를 떠올리지만,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로금리이기 때문에 더 내릴 금리가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하냐.
세금을 깎는 거죠. 감세에요.
그게 이른바 사나에노믹스에요.
아베노믹스 시즌 2죠.
가장 대표적인 게 현재 8%인 식료품 소비세를 2년간 면제하겠다는 정책입니다.
사실 현재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2%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라서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에요.
그런데 작년에 쌀 때문에 난리가 났잖아요.
재작년에 일본이 너무 더웠거든요. 쌀농사가 망한 거에요. 벼 안에서 나락이 충분히 여물지 못해서 먹을 수가 없는 불량쌀이 속출했어요. 그래서 우리한테 쌀을 사가기도 했죠.
전체 물가 수준이 아니라 먹을거리 물가가 중요하잖아요. 이거부터 해결하겠다는 거에요.
그리고 소득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는 기준 금액(현재 103만 엔, 우리나라는 1500만원)을 178만 엔으로 높입니다.
아르바이트생이나 파트타임 노동자들한테서 세금 걷지 않겠다는 거에요.
또 반도체, AI, 에너지 등 국가 전략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에 과감한 세제 혜택을 부여합니다.
직원의 임금을 올리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 감면 폭을 확대하여 민간 주도의 소득 증대를 꾀합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요.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일본도 달러 대비 환율 상승으로 골치란 말이죠.
이게 군더더기 빼고 간단히 얘기하면, 내가 1300원에 사던 물건을 1500원에 산다는 뜻이란 말이에요.
뭡니까. 물가상승이죠.
이게 물가 잡겠다고 내놓은 정책인데, 오히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라는 거에요.
더 큰 문제는 감세에 당연히 따라 붙는 재정건전성 문제에요.
그런데 다카이치는, 그 재정균형 논리 때문에 일본이 30년 장기불황에 빠졌다고 봐요.
요즘 경제학에선 그럽니다.
경제가 과열되면 긴축으로 잡을 수 있다, 그런데 경제가 식으면 부양책으로 띄우기 힘들다. 말하자면 불을 피우다 불내면 끄면 되는데, 꺼진 불을 다시 피우긴 어렵다. 이거에요.
재정건전성? 요새 세계 어느나라도 빚 안지고 사는 나라 없다.
명목 경제 성장률이 국채 금리보다 높으면, 그러고 사는 거다.
가장 싸늘한 경고가 45일만에 물러난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에요. 사상 최단명 총리였죠.
이건... 정말 바보 같았어요. 그때 코로나 직후였어요. 물가 상승률이 10%였어요. 그거 잡겠다고 금리를 무지막지하게 올릴 때라고요. 이럴 때 무슨 수로 성장률이 이자를 따라잡겠어요. 말이 안되는 거죠. 지금은 금리가 낮기 때문에 성장률만 올리면 된다, 이 논리입니다.
1차 반응은 오늘 일본 증시일 거 같아요.
어차피 다카이치가 무슨 정책을 펼칠지는 다 알려져 있고, 선거 결과로 그 정책 방향에 장애물도 사라졌어요.
시장신뢰가 확인되면 다카이치의 이른바 사나에노믹스는 더욱 날개를 달게 되겠죠.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날개를 단 다카이치 정부의 우경화 행보가 더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우경화는 우리가 하는 말이고, 다카이치 본인은 '보통국가'라고 합니다.
보통국가, 말은 맞죠. 국가가 군대를 갖는 건 당연하죠.
그런데, 일본은 군대 보유 권한을 스스로 부정하는 헌법을 갖고 있잖아요. 그 헌법을 고치려 하는 거죠.
그리고 그건, 누구보다 미국이 원하는 바고요.
실제로 이게 가능한 일이에요.
일본 자민당이 2차 대전 이후 대부분의 기간을 집권했고, 당연히 과반수였지만, 이번만큼 압승을 한 적은 없어요.
우리도 민주당이 국회를 완전히 좌지우지하지만 개헌선은 확보하지 못했는데, 자민당은 그걸 해냈단 말이에요.
이거 엄청난 일이에요.
다행인 건, 다카이치 총리가 속도조절을 할 거 같아요.
정책 순위에서 경제가 1번, 개헌은 2번이에요.
다카이치 총리는 압승을 확인한 상태에서 방송에 출연해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해 "환경을 정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동맹국과 주변 국가들에 제대로 이해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과거 아베 신조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때, 한국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불만이 나왔거든요.
한일 갈등이 발생하면 한미일 공조 체제가 흔들리고, 그럼 미국의 동북아 정책의 바퀴가 덜컹거리니까요.
제가 봤을 때 속도의 변수는 중국이에요.
사실 다카이치가 이처럼 유례없는 압승을 거두는데 1등 공신이 중국이었거든요.
돌이켜 보면 작년 11월에 다카이치가 대만 발언으로 중국을 도발한 것부터가 이 상황을 노린 게 아니었나 싶어요.
중국으로선 불편한 다카이치를 굴복시키고 싶었겠지만, 오히려 다카이치를 키워준 결과가 되고 많았죠.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일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인다?
다카이치로선 일본 재무장의 명분을 갖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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