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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담합에 '가격 재결정' 불발…공정위 "향후 담합가 유지되면 명령 가능" 해석 여지

  • 등록: 2026.02.12 오후 23:41

  • 수정: 2026.02.13 오전 10:18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공정거래위원회가 설탕 가격 담합에 대해 4,00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담합으로 오른 가격을 다시 정하게 하는 '가격 재결정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공정위는 현행 지침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향후에는 담합의 효과가 지속되는 한 적극적인 법 해석을 통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는 12일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083억 원을 부과하면서 이와 함께 '가격 재결정 명령'을 검토했으나 최종 제외했다고 밝혔다. 대신 향후 3년간 가격 변경 내역을 보고하도록 하는 조치를 냈다.

흔히 '강제 인하 명령'으로 불리는 가격 재결정 명령은 엄밀히 말해 가격을 특정 수준으로 내리라는 뜻이 아니다. 담합으로 형성된 가격을 파기하고 각 사가 담합 이전의 경쟁 상태로 돌아가 독자적으로 가격을 다시 정하라는 명령이다. 따라서 경쟁이 복원되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담합 기간에 반영하지 못했던 환율이나 원자재가 상승 등 외부 요인이 가격 재산정 과정에 반영될 경우 이론적으로는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명령의 핵심은 담합 고리를 끊고 각자 알아서 가격을 정하라는 것"이라며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것이지 정부가 가격을 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시정조치 운영지침'에 따르면 가격 재결정 명령은 명백한 담합 합의가 존재하고 최종 심의일까지 그 합의가 종료되지 않아 위반 행위가 유지되고 있어야만 내릴 수 있다. 아울러 담합이 관행화되어 있거나 시장이 과점 구조여서 재발 가능성이 크고 위반 기간이 장기간에 걸쳐 있어 단순한 중지 명령을 넘어선 구체적인 작위(적극적 행위) 명령이 필수적인 경우로 그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제당 3사는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던 2025년 7월과 11월, 2026년 1월경 독자적으로 설탕 가격을 인하했다. 심의 당일 기준으로 외형상 담합이 중단된 상태를 만들어 법적 요건을 피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심의 직전 면피용 인하를 통해 강력한 시정조치를 무력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에는) 최종 심의일까지 담합을 유지한다는 요건에 대해 물리적인 모임뿐만 아니라 '담합으로 인상된 가격이 유지되는 상태'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즉, 형식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더라도 가격이 담합 수준에서 요지부동이라면 법 조항을 적용해 강제 인하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적극적인 해석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다만 정부가 개별 기업의 가격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시장 경제 원칙 위배 논란을 부를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 경쟁 당국도 담합 적발 시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해 부당 이득을 환수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통해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 데 집중할 뿐 경쟁 당국이 직접 특정 가격을 정해 인하하라고 명령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는 가격 통제가 자칫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고 또 다른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건은 제당사들이 독자적으로 가격을 인하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서도 "향후 담합으로 인해 가격이 인상된 경우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격 재결정 명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질적인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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