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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우후죽순' 출판기념회 가보니…쏟아지는 '돈봉투'에 "거스름돈 없어요"

  • 등록: 2026.02.18 오후 21:15

  • 수정: 2026.02.18 오후 21:20

[앵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우후죽순, 정치인들의 출판 기념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저희가 행사장 몇 곳을 직접 취재해봤더니, 얼마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돈 봉투가 쉴새 없이 수금함에 담기고 있었습니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정치자금을 사실상 무제한 모금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같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치권은 몇몇 법안들을 내놓으며 바꾸겠다고 했지만, 처리된 적이 없습니다.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를 굳이 바꾸려고 하지 않는거죠. 이러다보니 제도 개선이 쉽지 않은 출판기념회의 실태와 문제점을 황정민, 장윤정 기자가 잇따라 보도합니다.
 

[리포트]
축하 화환과 깃발들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그 끝엔 책 판매대가 있고, 행사 관계자들은 현금이 든 봉투를 쉴 새 없이 받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출마 예정인 한 여당 의원의 출판기념회장이 인파로 북적입니다.

책 한 권에 얼마나 할까.

출판기념회 관계자
"현금으로 하시나요? (네, 현금으로요) 2만 5000원이요"

5만 원 지폐를 내도 거스름 돈은 받을 수 없습니다.

출판기념회 관계자
"(혹시 거슬러 받을 수가 있어요?) 거스를 순 없고요, 더 넣어주셔도 되고요. 출판 기념회다 보니까"

카드 결제도 가능하지만 대부분 현금을 더 선호하는 분위깁니다.

출판기념회 관계자
"(혹시 카드 이런 건 안되나요?) 아, 카드 저쪽이요"

다른 출마 예정자 출판기념회 풍경도 비슷합니다.

"잠시 뒤에 본행사 시작합니다"

얼마가 들었을지 모를 봉투를 내고, 한꺼번에 여러 권씩 책을 받아가는 참석자들도 많습니다.

한 야당 정치인의 지역구 출판기념회장에도 유력 인사들이 몰려 세를 과시하고, 수금함은 어느새 돈 봉투로 가득찹니다.

"야 이거 넘친다. 이거 좀 큰 걸로 해야지"

봉투를 넣은 뒤엔 방명록에 이름과 소속 기관 등을 적어 '흔적'을 남기느라 바쁩니다.

출판기념회 참석자
"당연히 축하해 주러, 책이 나왔으니까 와 줘야지 또"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정치인 출판기념회는 지난달 한 달 사이 80건이 넘습니다.

지방선거 출마자는 선거 90일 전인 다음달 5일까지 출판기념회를 열 수 있어 당분간 곳곳에서 이같은 모습이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리포트]
이렇게 모인 돈이 얼마나 되는 지는 주최 당사자 밖에 모릅니다. 정치 후원금과 달리 선관위에 수입·지출 내역을 보고할 의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모금 한도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김민석 / 국무총리 (지난해 6월)
"(두 차례 출판 기념회 중) 둘 중 한 번이 1억 5000만 원 정도 되고 그 다음에 1억 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억 단위가 넘어도 규제 대상이 아니다보니 출판기념회 수익금은 사실상 '눈먼돈'이 됩니다.

장롱속에 현금 뭉치 채 보관하는가 하면, 전세 대출금을 갚는데 쓴 사례도 있습니다.

규제 시도가 없던 건 아닙니다.

19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발의된 출판기념회 관련 법안은 총 9건. 그 가운데 5건은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이번 22대 국회에서 발의되 법안 4건은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중입니다.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는 의원들이 적은 탓입니다.

지난해 6월 '모금 형식의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법'을 발의한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은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서명 운동에 나섰지만 정작 당내에서도 동참한 의원은 51명 뿐이었습니다.

조지연 / 국민의힘 의원
"이 제도를 왜 지금 없애려고 하느냐는 여러 의원님들의 질타 아닌 질타도 있었고, 출판 기념회를 염두에 두신 분들도 몇 분 계셨어요. 당내도 사실 설득을 해야하는…."

2014년 책 정가판매 외에 금품 모금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한차례 제안했던 선관위도 "국회 논의가 진행된다면 지원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해당사자들의 '짬짜미' 속에 사실상 수금 창구로 전락한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여전히 성업 중입니다.

TV조선 장윤정, 황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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