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머리카락 신고에도 1420만회 접종 강행… 감사원 "매뉴얼 작동 안해"
등록: 2026.02.23 오후 15:25
수정: 2026.02.23 오후 15:27
코로나19 백신에서 곰팡이·머리카락·이산화규소(실리카) 등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랐지만, 정부가 별도 조사 없이 접종을 이어간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물질 신고 뒤에도 접종이 중단되지 않은 물량은 1420만4718회분에 달했다.
감사원이 23일 공개한 ‘코로나19 대응 실태 진단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2021년 3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의료기관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 1285건을 접수했다.
정부 매뉴얼상 질병청은 이물질 신고가 접수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질 검토를 요청하고, 식약처는 성분 분석 등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이후 질병청은 문제가 있는 백신의 접종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실제 2020년 9월 인플루엔자 백신이 상온 노출 의심 사례로 접종이 보류됐고, 안전성 문제는 없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48만회분이 수거돼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이물질 신고 제품 가운데 식약처 조사가 이뤄진 사례는 없었다. 감사원은 질병청이 이물질 발생 사실을 식약처에 통보하지 않고 제조사에만 알린 뒤, 제조사의 자체 조사 결과를 별도 검증 없이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제조사 조사 결과는 대부분 해당 제조번호 물량 접종이 끝난 뒤 통보돼, 오염이 확인되더라도 사후 조치가 어려운 구조였다.
1285건 중 835건(65.0%)은 사용 과정에서 고무 마개 파편이 떨어진 사례로 제조 결함으로 보기 어렵지만, 127건(9.9%)은 곰팡이·머리카락·이산화규소 등 제조 과정 오염 가능성이 있는 이물질이었다.
‘위해 우려 이물질’이 신고된 동일 제조번호 백신은 총 4291만4250회 접종됐고, 이 가운데 1420만4718회분(33.1%)은 신고 이후에도 접종이 중단되지 않았다.
건강 영향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감사원은 위해 우려 이물질이 발견된 제조번호 백신 접종자 중 0.272~0.804%가 이상 반응을 보였으며, 이는 이물질이 없는 제조번호 접종자보다 0.006~0.265%포인트 높았다고 밝혔다.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 접종 사례도 확인됐다. 2021~2023년 사이 2703명이 유효기간 경과 백신을 접종받았고, 이 중 1504명(55.6%)은 재접종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질병청은 이들에게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했다.
감사원은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복지부·질병청·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지자체 간 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혼선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와 질병청이 사전 조율 없이 상반된 방역 지침을 발표하거나, 중앙정부와 지자체 방역 조치가 충돌한 사례도 있었다.
백신 도입 협상 과정에서도 질병관리본부가 질병청으로 승격되는 과정에서 복지부와 질병청 간 업무 주체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협상이 한 달 이상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역학조사 체계도 미흡했다. 항공기 내 확진자 발생 시 좌석 승무원이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아 최소 658명에서 최대 9514명이 격리되지 않았다. 지역 간 접촉자 통보 역시 전산 시스템이 없어 이메일·공문에 의존하면서 격리 누락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감사원은 복지부·질병청·식약처·행정안전부 등에 31개 개선 사항을 통보했다. 다만 2020년 3월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이 “개인적 비리가 없는 한 문책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을 들어 징계 등 인사 조치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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