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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70대 응급환자, 병원 20여 곳서 거절…정부 '이송 혁신안' 답 될까

  • 등록: 2026.02.24 오후 16:28

  • 수정: 2026.02.24 오후 16:29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지난 설 명절에도 치료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한 70대 응급환자가 응급실에서 6시간 넘게 대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응급실 의료진은 다른 병원 20여 곳을 수소문한 끝에 가까스로 응급 내시경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환자를 이송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70대 남성은 지난 15일 목에 조개껍데기가 걸려서 인근 2차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물질은 당장 내시경으로 제거할 순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식도 벽이 파열되거나 구멍이 뚫릴 위험성이 컸다.

명절이라 응급환자가 평소의 30% 이상 많은 상황에서 해당 응급실 의사는 결국 흉부외과가 있는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그동안 환자는 응급실에서 애타는 시간을 보냈고, 결국 6시간 30분 만에 흉부외과 수술도 가능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출발했다.

◇ 응급처치도 바쁜데 한 손으론 전화기…정부 대책은?

응급환자가 제 때에 치료 받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 해결책으로 정부는 119구급대가 아닌 복지부 산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중증 응급환자의 이송병원을 직접 찾아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으로 이번주 추진 계획이 발표되는데 광주·전남·전북 지역이 시범사업지로 거론된다.

구체적으로 심근경색·뇌졸중·중증외상·심정지 등 '병원 전(前) 중증도 분류체계 (pre-KTAS)' 1~2단계의 중증 환자는 중앙응급의료센터 내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이송할 병원을 선정하고, 상대적으로 생명이 위급하지 않은 3~5단계 환자는 119구급대가 사전에 정해진 병원으로 이송하는 걸로 알려졌다.

광역상황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근무하며 환자 수용 가능 여부와 전원까지 병원 응급실 의료진과 협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구급대원이 일일이 병원에 전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구급대원은 광역상황실에 전화하면, 광역상황실이 병원을 매칭해서 시간 안에 병원을 선정해 줄 수 있게끔 컨트롤 타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 울산에선 이미 차질…병원들 "강제 배정" 반발

관건은 환자를 수술할 배후 진료 능력과 필수 의료인력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송 절차만 개선해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울산에선 지난 2일 울산소방본부와 지역 내 응급의료기관 4곳이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려다 돌연 병원들의 반대에 보도자료까지 회수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업무협약에는 중증 환자의 경우 병원에 수용 능력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곧바로 우선 수용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한 뒤 광역상황실 등에서 이후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선정해주는 방식이 담겼다.
 

울산광역시 '중증응급환자 1차 진료권 강화를 위한 이송체계 개선 업무 협약' 계획
울산광역시 '중증응급환자 1차 진료권 강화를 위한 이송체계 개선 업무 협약' 계획

정부 구상과 맞닿아 있는데 해프닝까지 빚으며 실패했던 이유에는 의료진의 반발이 컸다.

업무협약이 결렬된 울산의 A병원 관계자는 "배후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보도 없이 환자를 수용하라고 하면 제대로 된 치료가 불가하다"며 "치료할 수 있는 다른 응급환자를 받지 못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B병원 관계자도 "기존에 환자 수용 지침이 있는데 굳이 또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건 강제로 환자들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119의 자의적 환자 이송과 광역상황실의 강제배정은 무리한 전시행정"이라며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악순환의 고리"라고 비판했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TV조선과 통화에서 "수용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수용 이후 해결이 어렵다는 게 문제"라며 "기존에 있던 병원을 우선 수용 병원으로 지정한다고 해서 뺑뺑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25일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의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한다. 앞선 의료진들의 우려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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