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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에서 쓴 초고 그대로"…박지원 '열하일기' 친필본, 보물 지정

  • 등록: 2026.02.26 오전 09:28

  • 수정: 2026.02.26 오전 09:31

'박지원 열하일기 초고본 일괄' 중 열하일기 원·형·이·정. /국가유산청
'박지원 열하일기 초고본 일괄' 중 열하일기 원·형·이·정. /국가유산청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청나라에서 돌아온 직후 직접 써내려간 ‘열하일기’ 초고본이 보물이 됐다. 완성본 이전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국가유산청은 26일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이 소장한 ‘박지원 열하일기 초고본 일괄’을 포함해 모두 7건의 문화유산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박지원은 1780년 청 건륭제의 칠순을 축하하는 사절단을 따라 연경(북경)과 열하를 다녀온 뒤, 현지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기록으로 남겼다. 일기 형식으로 정리한 ‘열하일기’에는 청의 선진 문물과 당시 문인들과의 교유 내용이 상세히 담겼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자료는 4종 8책으로, 박지원이 귀국 후 작성한 가장 초기의 고본(稿本)이다. 저자가 직접 쓴 원고를 토대로 엮은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연행음청(燕行陰晴) 건·곤’ 두 책은 정본 ‘열하일기’에는 보이지 않는 서학(西學) 관련 용어와 새로운 내용이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열하일기’가 완성되기 전의 사유와 서술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은 “열하일기가 처음 제작될 당시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고, 저자인 박지원과 그 후손들에 의해 수정·개작된 과정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서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라는 설명이다.

이날 함께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도 적지 않다. ‘가평 현등사 아미타여래설법도’, ‘임실 진구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양산 신흥사 석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복장유물’ 등이다.

경기 가평 현등사의 아미타여래설법도는 1759년 제작된 불화로, 비단 바탕에 채색으로 아미타여래가 극락에서 여러 권속에게 설법하는 장면을 표현했다. 서울·경기 지역에 남은 아미타설법도 가운데 제작 시기가 가장 이르다.

전북 임실 진구사 터에 남은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9세기 후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라 지역에서 드물게 확인되는 9세기 석조비로자나불좌상으로, 통일신라 하대 불교 미술과 불상 양식의 확산을 보여주는 실물 자료로 평가된다.

경남 양산 신흥사의 석조석가여래삼존좌상은 1682년 완성돼 봉안됐다. 불상 내부에 봉안된 각종 복장(腹藏) 유물은 17세기 후반 복장 납입 의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이와 함께 ‘순천 송광사 침계루’·‘안동 봉정사 덕휘루’·‘화성 용주사 천보루’ 등 조선 후기 사찰 누각 3건도 각각 보물로 지정됐다. 조선시대 사찰 누각은 중심 불당 앞에 배치돼 예불과 설법 등의 공간으로 활용됐다. 가람 배치에서 일주문, 사천왕문(금강문), 누각, 주불전으로 이어지는 구성의 한 축을 이루는 건축물이다.

이번 지정으로 현존 사찰 누각 가운데 보물로 지정된 사례는 모두 7건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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