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전격 중단했지만, 협치의 물꼬가 트였다고 보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이는데 야당이 돌연 전략수정에 나선 이유가 뭔지, 정치부 이태희 기자와 뉴스더에서 더 짚어 보겠습니다. 이 기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엿새간 해 왔는데 스스로 중간에 멈춘 건 이례적이에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실리를 챙기기 위해 전략적 후퇴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이 국회 법사위에서 표류 중인 상황에서 만약 필리버스터를 고수하다가 광주전남 통합법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야당 지도부가 감당해야 할 정치적 타격이 클 거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최근 당내 TK 의원들이 원내지도부를 향해 "지역현안 처리에 너무 소극적"이라며 거세게 항의하는 일까지 있었죠. 텃밭인 대구 경북 지지층이 느낄 호남과의 '역차별 분노'가 6월 지방선거에서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인선 / 국민의힘 의원 (대구 수성구을, 지난달 26일)
"광주전남법 하고 같이 통과시켜 달라고 하자 지도부에다 부탁을 했습니다."
권영진 / 국민의힘 의원 (대구 달서구병, 지난달 26일)
"지도부가 민주당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다만, 행정통합법은 국민의힘이 먼저 깃발을 들었던 사안인 만큼 '애초 내부 이견부터 정리했어야 한다'는 원내지도부를 향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막판에 등 떠밀리듯 전략을 바꾸면서 원내대표가 본회의장 단상에 직접 올라가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는 모습까지 연출됐고, 여당으로부터 갈팡질팡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만큼 지도부 리더십도 일정 부분 상처를 입게 됐습니다.
[앵커]
그러면 이제 어쨌든 대구경북 통합법 처리는 속도가 붙게 되는 겁니까?
[기자]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국민의힘은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지역 내 이견도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가 통합 찬성 입장으로 선회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제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는 입장인데, 민주당에선 아직 국민의힘 당론으로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거나 대전충남 특별법은 왜 속도를 내지 않느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참에 대전충남 특별법까지 모두 마무리 짓자는 의미로 보이는데, 국민의힘 입장에선 새로운 조건이 또 붙었다고 볼 수 있죠. 임시국회 회기 종료까지 기싸움이 계속될 걸로 예상됩니다.
[앵커]
그런데, 오늘 필리버스터 대상이었던 국민투표법도 그렇고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수정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잖아요. 왜 그런 겁니까?
[기자]
패턴은 매번 비슷합니다. 추미애 위원장 등 법사위 강경파 의원들이 위헌 논란이 있는 법안을 밀어붙여 통과시키면, 여론을 의식한 당 지도부가 본회의 직전 뒤늦게 수습하는 모양새입니다. 당내 강경파들은 수정안에 대해 지도부를 향해 불만을 터뜨리는 등 불협화음도 잇따르는 양상인데, 무엇보다도 강성 지지층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당 내부 분위기가 배경으로 꼽힙니다.
[앵커]
논란이 된 '사법 3법'이 통과될 때도 비슷한 양상이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표적으로 법 왜곡죄의 경우 지도부가 적용 범위를 형사사건으로 한정하는 등 막판 수정을 거쳤지만, 부작용 우려는 여전합니다. 판사 검사에 대한 고발이 남발될 경우 사법부 전체가 위축될 수 있고, 무엇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 법이 악용될 가능성도 있어 사법의 정치화가 심화될 거란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네, 이태희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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