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공략' 쿠르드족 누구?…'명장' 살라딘 후예, 지금은 '국가 없는 민족'
등록: 2026.03.06 오후 15:22
수정: 2026.03.06 오후 15:24
쿠르드족은 중동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가 없는 민족’으로 꼽힌다. 인구는 약 30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터키·이란·이라크·시리아 등 4개국에 걸쳐 흩어져 살고 있다.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산악지대를 통틀어 ‘쿠르디스탄’이라 부르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된 독립 국가는 없다.
쿠르드족의 기원은 고대 자그로스 산맥 일대에 살던 민족 집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부 학자들은 약 4000년 전 이란·이라크 국경 지역에서 활동했던 고대 민족 ‘구티(Guti)’ 또는 ‘쿠티(Kuti)’의 후손으로 보기도 한다. 이후 이들은 페르시아 제국과 오스만제국 등 여러 강대국의 지배 아래 살아오며 독립 국가를 세우지 못한 채 여러 정치권력에 편입돼 왔다.
언어와 문화에서도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다. 쿠르드어는 이란계 언어에 속하며, 종교적으로는 대다수가 수니파 이슬람을 믿는다. 강한 민족 의식을 바탕으로 “중동에서 가장 결속력이 강한 민족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쿠르드족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십자군 시대의 영웅 살라후딘(살라딘)이다. 그는 12세기 이슬람 군대를 이끌고 십자군에게 빼앗겼던 예루살렘을 탈환한 지도자로, 이슬람권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존경받는 역사적 인물이다. 살라후딘이 쿠르드 출신이라는 사실은 쿠르드족의 역사적 자부심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쿠르드족의 현대사는 ‘독립의 꿈’과 좌절의 반복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제국이 붕괴하면서 쿠르드 독립국가가 세워질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중동 국경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이 계획은 무산됐다. 그 결과 쿠르드족은 현재의 터키·이란·이라크·시리아 네 나라에 나뉘어 살게 됐다.
현재 가장 강한 자치권을 가진 쿠르드 지역은 이라크 북부다. 이곳에는 쿠르드 자치정부(KRG)가 존재하며 자체 의회와 군사 조직인 ‘페슈메르가’를 운영한다. 특히 1991년 걸프전 이후 미국과 서방의 보호 아래 자치권이 크게 확대됐다.
반면 터키와 이란 등에서는 쿠르드 분리주의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져 왔다. 터키에서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이 독립 또는 자치를 요구하며 무장 투쟁을 벌여 수십 년 동안 충돌이 지속됐다. 이란 서부에도 수백만명의 쿠르드족이 거주하며 일부 조직이 자치 확대를 요구해 왔다.
최근 쿠르드족은 중동 정세에서 중요한 전략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서 미국과 협력하며 ‘가장 믿을 만한 지상군’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독립 문제를 둘러싸고 터키·이란·이라크 등 주변 국가들과 갈등을 겪고 있어 중동 정치의 복잡한 변수로 남아 있다.
이번 이란 정세에서도 쿠르드족은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이란 서부에 쿠르드족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만큼, 외부 세력이 이들을 활용해 이란 내부 균열을 유도할 경우 중동 정세가 한층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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