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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트럼프가 말을 바꿀 수밖에 없는 이유

  • 등록: 2026.03.14 오전 10: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란 전쟁'이 고유가 흐름으로 이어지고,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면서 전 세계적 '오일 쇼크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동 곳곳의 석유 매장 시설이 파괴되고, 전체 원유 소비량의 20% 이동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테러 위협으로 사실상 봉쇄되면서 기름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덩달아 뛰고, 고물가는 민생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이란 공습을 결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필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죠.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유가는 곧 안정될 것이다', '전쟁은 곧 끝날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미 해군이 엄호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며 성난 여론을 잠재우려 했습니다.

## 이란 결사항전에 '미 해군 호위' 지연

그런데 이란의 응전 태세가 미국의 예측보다 더 굳건한 상황이라, 유가 하락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1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부처 간 다소 엇박자가 나는 듯한 발언들은 이런 상황을 가속화 시켰습니다.

미 해군은 이란의 공격 위험이 너무 크다며 지금은 호위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해운 업계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에 미 에너지부 장관도 "지금 당장은 어렵고, 이달 말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美, 공급량 늘리려 각종 '제재 해제'

유가를 낮추는 핵심은 기름을 가득 실은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무탈하게 오가면서 중동산 기름을 전 세계로 배송해 공급량 자체를 늘리는 건데, '미 해군이 다국적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호위할 것'이라는 앞선 트럼프 행정부의 약속을 뒤집는 발언들이 쏟아졌던 것이죠.

이에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군사적으로 가능하니, 가능한 빨리 호송을 시작할 것"이라며 수습을 시도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유가는 그날에만 10% 넘게 급등했고, 뉴욕 증시 3대 주요 지수 모두 하락했습니다.

이에 미국은 급한 불부터 끄고자, 우선 '각종 제재 일시 해제' 카드를 꺼냈습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러시아산 석유 관련 제재를 일부 풀었고, 미국 항구는 미국 소유의 선박만 이용할 수 있다며 지난 1920년에 도입한 '존스법'도 30일 간 해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백악관이 밝히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유가 하락을 위해선 100년 넘게 지켜온 자존심을 일부 꺾을 수 있다는 분위기를 전한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 유가 하락 어렵자, '골대 방향' 옮긴 트럼프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유가는 곧 떨어진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 대신 "미국은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큰 산유국이라 유가가 오르면 큰 돈을 번다"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현실적으로 금방 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나라는 미국이고 그 수익금은 미국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취지로 사실상 '골대 방향'을 옮긴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발언이 시장 안정과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유가 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시장에서 듣고 싶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각국의 선박을 차질 없이 호위하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 위협과 설치해놓은 기뢰들은 전부 제거됐다"는 취지의 내용들일 것입니다. 그런데 "유가가 오르면 미국이 돈 번다"는 얘기는, 바꿔 말하면 고유가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이야기와 결국 같은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어 시장에 역효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이란, 11월 지방선거까지 종전 없이 버틸 듯

이란은 내심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까지 최대한 종전 선언을 하지 않고 버티면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원이 야당인 민주당 우위 구조로 바뀌는 경우 한국 상황에 비춰 예를 들면, 마치 트럼프 대통령 관련한 특검이 10개 이상 생기는 것과 같은 결과로 이어집니다. 민주당 우위의 하원에서 각종 청문회를 진행하려 할 것이고, 위원장 자리는 대부분 민주당이 가져가는 구조라서요.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 모두 '일단, 물가 및 민심과 직결된 유가부터 잡는다'는 기조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니 '기름값이 비싸면 미국이 돈을 번다'는 쪽으로 메시지를 전환한 것입니다.

고유가 불똥은 우리나라에도 튀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기름값이 올라 있고, 환율도 장중 1500원대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란이 북한처럼 핵개발을 하도록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길로 가는 여정이 너무나도 힘겨운 상황인데, 어떤 방식으로든 '종전'이라는 이야기가 하루 속히 전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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