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이 사실상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 파병 압박 강도가 갈수록 더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우리는 일본에 4만5천명, 한국에 4만5천명, 독일에 4만5천에서 5만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며 "이 나라들을 방어하고 있는데 우리가 '기뢰 제거함이 있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글쎄, 우리는 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고 서운해 했습니다.
이어 "일본은 95%, 중국은 90%를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여오고, 여러 유럽 국가도 상당한 양을 수입한다. 한국은 35%를 들여온다"며 "따라서 우리는 이들 국가가 나서 해협 문제를 도와주길 바란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어 도움이 필요하지 않지만, 그들의 반응을 보고싶어 그렇게 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를 도와야 하지만 놀랍게도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 몇몇 나라가 있는데, 국가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호송 작전에 주요 동맹국의 참여를 압박하면서, 에너지 의존도와 함께 '미군 주둔 규모'를 거론하며 미국의 안보 기여도를 상기시켰습니다. 속된 말로, 은혜도 잊은 채 서로 주변국 눈치만 살피고 있다는 불만입니다.
## 즉답 피하는 정부, 즉답 요구하는 트럼프
앞서 청와대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보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아주 신중하게 대처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한미 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한 뒤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죠. 물밑 소통을 통한 진의 파악이라 우선이라는 입장도 전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재차 '즉각 파병'을 요구한 만큼, '진의 파악이 먼저'라는 정치적 수사의 유통기한은 이미 지나버린 셈이 됐습니다. 결국 정부가 시간을 더 끄는 것은, 파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시기인 것이죠.
## '파병' 국회 동의 여부도 쟁점…또 지연?
이란 전쟁 17일째를 맞은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해 미군 주도 연합 작전에 참여한다면 국회의 파병 동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될 우려가 크고, 앞선 '한국 상선 호위' 때와는 임무도 크게 다른 만큼, 국회 동의가 필요하단 의견이 우세합니다. 위험성이 큰 작전에 우리 해군을 파병하는 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란 해석이죠.
정부에서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던 2003년 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개시 당일인 3월20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미국 입장을 지지했습니다. 그 다음날 바로 임시 국무회의와 국회 국방위 의결이 이뤄졌고, 4월2일 본회의에서 처리돼 '파병안'은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속전속결로 진행돼도 정부의 파견 결정부터 국회 의결까지 2주가 걸린 바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와 여당의 의견이 갈렸던 2003년 9월 미국의 추가 파병 요구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응답까지는 다섯 달이 걸렸고요.
그런데 이번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를 놓고 또 다시 '국회 동의' 절차가 지연되면, 미국에선 지난 관세 협상 파기 때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형태의 보복을 해올 가능성이 큽니다.
대한민국의 '파병 진의'를 문제 삼아 현재 진행 중인 301조 조사를 통한 관세 인상이나, 앞으로 논의될 품목 관세를 대폭 높이거나, 주한미군의 방위비를 크게 올리거나, 과거 '조지아 사태' 때처럼 미국에 나와 있는 한국 기업과 근로자들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내세우며 불이익을 줄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이지 않은 국가명을 곧 발표하겠다"는 언급이, 사실상 이런 것들과 맞물려 있다는 것을 정부도 모를 리 없을 것입니다.
## 경제 관점에서 사실상 北 도발 용인
이재명 대통령의 야당 대표 시절인 2023년 3월20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지금처럼 강경 대응만 계속 고집하면 안 그래도 최악인 민생경제가 더 심각한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북한을 향해서도 "강력 경고한다. 그리고 규탄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응능력과 태도"라며 "동네 아이들 시비 걸듯 정쟁만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민생경제가 일촉즉발의 위기"라는 명분으로, 강대강 대치가 아닌 유화 제스쳐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당선 이후인 지난해 6월10일에도 "평화가 흔들리면 경제도 위협받는다"며 '한반도 리스크'를 '한반도 프리미엄'으로 바꾸고 남북 관계 복원을 경제 회복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안보 이슈를 경제 문제로 치환(置換)해 일견 단순화시키는 전략을 썼던 건데, 국민들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말'로 들렸을 것입니다.
## '이란 보복' 피할 묘수는?
정부가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이란과의 관계 설정이겠죠. 우리 해군의 파병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목적일지라도, 미국과의 전시 상황이기에 연합군에 동참하면 이란의 반발은 자명해 보입니다.
우리 국방력 수준이 트럼프 대통령이 파병 대상국으로 거론한 국가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지 못해 더욱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이란이 자칫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인 우리나라부터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낮지 않다는 관측이라, 그야말로 사면초가인 셈이죠.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도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가 있었을 당시, 미국 주도의 호위연합(IMSC) 참여 대신, 기존 청해부대 작전구역만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독자 파견 형식의 절충안으로 명분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바 있습니다. 미국의 요구도 받아들이면서 이란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식이었죠.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말 미국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당시 어필했던 '동맹 의지'도 또 다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친 이라크 파병 당시 한미 관계, 북핵 위기, 한반도 안보 환경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을 내세웠습니다. 나라와 국민의 운명이 걸린 일이라, 명분만으로 버틸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복잡한 상황을 돈 문제로 치환시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바 있는데, '북한'을 '미국'으로만 바꾸면, "미국에 강경 대응만 계속 고집하면, 안 그래도 최악인 민생경제가 더 심각한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 한미 동맹이 흔들리면 경제도 위협받는다"는 논리도 가능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촉발한 고물가, 동맹 균열이 야기할 고관세와 방위비 인상, 여기에 더욱 높아질 수출 장벽의 돌파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지금 우리에게 민생 경제 관점에서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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