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Talk] 야구도 지고 동맹도 말 안듣고…속타는 트럼프, 콜라만?
등록: 2026.03.19 오전 08:25
수정: 2026.03.19 오전 09:23
우리 국가대표 야구팀이 준 가장 잊지 못할 감동은 단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었을 것입니다. 일본팀을 꺾고 결승에 진출해, '아마 최강' 쿠바팀을 3대2로 이겼던 일련의 과정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9회말 마지막 순간, 박진만-고영민으로 이어지는 소위 '6-4-3 더블 플레이' 장면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직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 대회였던 2023 WBC 결승 역시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 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일본팀 에이스 오타니 선수와 당대 최고의 타자인 마이크 트라웃 선수가 마지막 타석에 투수와 타자로 맞붙었는데, 오타니가 트라웃을 삼진 아웃으로 돌려세우면서 우승을 확정 짓는 그 장면도 두루 회자된 바 있습니다.
##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결승, 상상이 현실로
이번 2026 WBC에서 미국팀이 예선에서 이탈리아팀에게 패하면서 드라마는 시작됐습니다. 순위가 뒤바뀌면서 소위 말하는 '시드'가 꼬인 겁니다. 이 때문에 대회 관계자들은 미국과 디펜딩 챔피언(직전 대회 우승팀)인 일본이 결승에서 만날 수 있도록 대진표를 바꿨습니다.
8강전이 최종 종료되고 일본과 준결승에서 만나는 팀이 베네수엘라로 확정됐을 때, 특파원들 사이에선 '오히려 베네수엘라가 결승에 올라가 미국이랑 맞붙는 게 흥미진진할 것 같다'는 말들이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베네수엘라 마두르 대통령이 미국의 전격 공습으로 뉴욕의 한 구치소로 압송되는 등 정치 이슈가 있기 때문에, 더욱 박진감 넘칠 것으로 봤던 것입니다. 마치 '한일전'이 벌어지는 것처럼, '플러스 알파' 요소가 더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베네수엘라가 실제로 일본을 누르고 결승에 오르더니, 결국 미국까지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또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됐습니다.
## "위대한 미국"이 아닌, 베네수엘라 "51번째 주 승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가 이탈리아에 4대2로 승리한 직후 자신의 SNS에, "요즘 베네수엘라에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 마법 같은 현상의 비결이 뭘까? 미국의 51번째 주로 승격되는 거 아닐까?"라고 썼습니다. 이후 베네수엘라가 지난 17일(현지시간) 결승전에서 미국팀까지 꺾자, "주 승격(STATEHOOD)"이라고 적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느껴지는 마음 한 켠의 씁쓸함은 지울 수 없었겠죠.
지난달 열렸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미국이 남녀 모두 결승에서 라이벌인 캐나다팀을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는데, 그 당시 양국은 '트럼프 관세'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결승에 앞서 '관세 더비'라는 수식어가 등장했었죠. 당시 남녀 모두 캐나다팀을 꺾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껏 고무돼 기뻐했고, 자신이 의회에서 연설을 하던 날 남자 하키팀을 초청해 박수 갈채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번 WBC를 앞두고도 '마두르 더비'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미국은 메이저리거들로만 구성된 명실상부 세계 최강의 야구팀이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승을 한껏 기대했을 것입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 브라이스 하퍼의 동점 투런 홈런이 나왔을 당시, 'YMCA 주먹춤'을 추는 트럼프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9회초 베네수엘라가 단타에 이은 도루, 이어진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고, 9회말 수비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지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을 것입니다.
## 믿었던 야구마저…동맹 외면에 측근 이탈, 트럼프 내우외환
트럼프 대통령은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위시한 유럽 동맹국가들과, 한국와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의 호르무즈 참전 요구에 대한 '장고의 시간'을 목도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과거에 미국이 많이 도왔기 때문에 더더욱 믿었던 나라들인데, 어려울 때 모른 척 외면하고 있어 배신감까지 들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됩니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합당한 이유가 있고 참전 명분도 충분했다면, 동맹국들이 부탁 받기도 전에 먼저 돕겠다는 의사를 전했을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열혈 지지층인 '마가 출신' 조 켄트 미국 대테러국장이 "양심상 이란 전쟁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사의를 표했습니다. 지지층 마저 분열하는 듯한 양상까지 보여지고 있는 것이죠.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상황인데, 믿었던 야구대표팀 마저 승전보를 전해주지 못하고 또 다시 준우승에 머물게 돼 마음 속 답답함은 한층 배가됐을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를, 백악관 집무실의 '콜라 주문' 버튼을 누르며 풀까요? 아니면 자신의 생각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는 관세 폭탄을 각국에 떨어뜨리며 웃음 지을까요? 트럼프의 스트레스가 우리나라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번 드라마와 일련의 상황들은 마냥 즐겁게 보진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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