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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재팬 타운 없는 DC서 진주만 공습 언급한 트럼프

  • 등록: 2026.03.20 오후 22:24

  • 수정: 2026.03.20 오후 23:53

지난 1941년 12월7일 일요일 오전 일본 제국의 선전포고 없는 기습 공격으로, 총 2334명의 미군과 103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습니다. 당시 피습 바로 다음 날,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른바 '치욕의 날' 연설문을 읊으면서 미 의회에 전쟁 승인을 요청했습니다. 연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부통령과 하원 의장, 상하원 의원 여러분. 앞으로 치욕의 날로 기억될 1941년 12월 7일인 어제, 미합중국은 일본 제국의 해군과 항공대로부터 고의적이고 기습적인 공격을 받았습니다. (중략) 일본의 부당하고 비겁한 공격 이후, 성립된 미합중국과 일본 제국 간의 전쟁 상태를 의회가 승인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이 연설 직후 '전쟁 참가법'은 상원에서 만장일치, 하원에서 388:1로 가결되며 미국은 공식적으로 참전을 선언합니다. 하원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던 저넷 랭킨 의원은 대표적 반전주의자로, 1차 대전 참전 투표에서도 반대표를 던진 바 있습니다.

## 차이나타운도 있는데, 왜 재팬 타운은 없을까?

학창 시절 미국 뉴욕에서 잠시 연수를 했을 무렵, 불현듯 든 의문이 있었습니다. 수도인 워싱턴D.C.는 물론이고 뉴욕 등의 도시에 코리아타운은 물론이고 미국과 오랜 시간 적대 관계가 지속됐던 차이나타운도 있는데, 왜 재팬 타운은 없느냐는 것이었죠.

스시집이 그렇게 인기가 많고, 사방에 일본 차가 깔려 있으며, 소니와 파나소닉 등으로 대변되는 일본 가전제품도 미국 가정집 곳곳에 놓여있는데 재팬 타운만 없으니 이상했던 것이죠.

그런데 당시 미국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바로 수긍됐습니다. 진주만 공습은 미국에서 굉장히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사건이고, 그 당시 공습 피해자 가족들이 여전히 도처에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재팬 타운'이라는 간판을 내걸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란 설명이었죠.

진주만 공습이 잊히지 않는 아픔으로 남아있기에, 직접적으로 미 본토에서 공방을 주고 받지 않았던 중국과는 사정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부연 설명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 "얼마나 파병이 급했으면 진주만까지 거론했을까"

'이란 공습을 왜 주변 동맹국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은 두 가지 측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우선 미국은 4만5천 명의 주일미군을 파견해 자비를 들여가며 일본을 돕고 있는데, 왜 일본은 지금 우리를 돕지 않느냐는 주장에 설득력을 배가시켰습니다. 심지어 일본이 미국을 공습했는데도, 그런 과거까지 다 잊고 지금 일본을 적극 돕지 않느냐는 반문이었죠.

이와 함께 왜 미국이 이란을 기습 공격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명분 제시에도 도움을 줬습니다. 선전포고를 하고 때렸다면 과연 37년 간 이란을 철권통치했던 '독재자 하메네이'를 과연 제거할 수 있었겠느냐는 속내를 에둘러 드러내며, '기습의 효과성'은 일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라가 아니냐고 당당하게 되물었으니 말이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EPA=연합뉴스


## 정상회담에서도 기습 공격 트럼프, 우리에겐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습적 공세를 펴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구문(舊聞)인데요. 백악관 입구에서 악수하려 손을 내민 자신을 와락 껴안은 다카이치 일본 총리 면전 앞에서, 일본 기자에게 그와 같은 공격적인 답변을 내놓은 사건은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트럼프 스타일상 '일견' 예상된 일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성정의 트럼프가 우리나라를 향해선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의 요구를 해올지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일본은 파병 압박을 비켜 갈 '즉시 투입 가능한' 현금 여력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지갑이 얇은 우리 입장에선 꺼내들 수 있는 카드도 적기 때문에 정부가 받을 부담은 갈수록 가중될 것입니다.

/마고 마틴 美 백악관 언론보좌관 엑스 영상 캡처
/마고 마틴 美 백악관 언론보좌관 엑스 영상 캡처


우리 입장에선 장고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미국 입장에선 파병 보내기 싫어 계속 버티고 있다고 느낄 수 있고, 그렇다면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 상황에 대한 인식이 '관세 재인상'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답변 지연에 따른 보복 카드도 함께 제시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두 타자 일본은 빠른 발(신속한 투자 약속)과 끈질긴 선구안(파병 약속 버티기)으로 일단 한 시름 덜었는데요. 후속 타자로 나올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 전략으로 승부할 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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