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이란 최고 지도부와 대화 중이며 주요 쟁점에서 합의점을 도출했고, 이란의 핵 능력 포기 등 15가지를 합의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이란과의 대화가 진행됐고,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들도 합의를 원하고, 우리도 합의를 원한다"며 "오늘 다시 접촉할 예정인데, 아마 전화 통화가 될 것"이라고 전해했습니다. 그러면서 5일이라는 기한을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강요된 전쟁이 계속된 지난 24일 동안 미국과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란 측 협상자로 거론됐던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SNS에 "미국과 어떤 협상도 없었다. 가짜뉴스"라고 일축했고요.
이 같은 이란의 부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홍보 담당자를 더 유능한 사람들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아주 강력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라며 "아마도 합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재반박에 나섰습니다.
그렇다면 왜 미국과 이란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걸까요? 누가 말이 맞고, 누구 말이 틀린 걸까요?
## 美, 출구전략 모색? 미군 결집용 시간 벌기?
양측 모두 장기전, 전면전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대화 테이블이 간접적으로라도 열려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가뜩이나 이란 전쟁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까지 더해지면 11월 중간선거 결과가 매우 암울해질 수 있어, 적절한 시점에서의 출구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일 겁니다.
그런데 메시지 내용은 물론이고 타이밍 또한 중요한데, 이란과 대화 중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시점도 절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시키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던 게 지난 21일 오후 7시 44분이었습니다. 그러다 종료 12시간을 앞두고 돌연 5일간 발전소와 에너지 시설 공격을 보류하고 협상에 집중하겠다며 불쑥 협상설을 흘린 겁니다.
미 증시 개장 직전 이런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유가는 장중 급락하고 뉴욕증시는 상승 마감됐습니다. 유가 안정과 경제 회복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 된 것이죠.
또한 5일이라는 기간 또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중동에 미군 전력을 속속 결집시키고 전투 채비를 모두 갖추는데 필요한 시간이 5일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설을 흘린 건 일종의 연막작전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실제로는 싸울 준비를 하고 있고, 급히 이동한 병력들의 숨 고를 시간을 벌어주려는 의도라는 해석입니다. 5일 간 이란과 터놓고 협의했으나 끝내 결렬됐다는 명분으로, 자연스럽게 재공습에 나설 수 있도록 밑자락을 깔았다는 겁니다.
## 계속 버티는 이란, 하메네이 추도 기간 염두?
앞서 이란이 종전 조건으로 내건 대이란 공격 재발 방지 약속, 전쟁 배상금 등을 감안하면 미국의 요구를 이란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란은 현재 기존 체제를 전부 인정하면서 이번 전쟁으로 인한 배상금까지 미국에게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향후 5년 간 미사일 프로그램을 전면 중단하고, 우라늄 농축도 금지하는 등의 6대 요구 가운데 단 하나도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란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겁니다.
다만, 이란 역시 꾸준히 버티고는 있지만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새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역시 이번 전쟁 과정에서 크게 다쳤다는 말까지 나오는 등 장기전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외신들은 휴전 협정 체결 시점으로 다음 달 9일을 거론했는데, 이는 하메네이 사망 40재 일정과 무관치 않습니다. 시아파의 애도 완성 시점은 40일인데, 그 하루 전날 40재 추도식이 종료됩니다.
이란 입장에선 추도 종료 행사에서 자축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할 텐데, 미국도 그 점을 알고 있기에 '절충안'을 서서히 맞춰갈 이유는 양국 모두 충분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양국 모두 자국민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미국에선 종전 협상설을 흘려 유가를 낮추려 했던 것이고, 이란 역시 하메네이 추도 기간에 '자존심을 꺾고 한발 물러서는 협상' 상황을 바로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것입니다.
종전을 미국의 11월 중간선거와 연결시키는 해석도 많은데, 일단 그에 앞서 열리는 오는 6월에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또한 전쟁통에 열리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멕시코에서만 진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일각의 요구를 FIFA에서 이미 거절한 만큼, 전 세계인의 축제가 전시에 병행되는 것은 막아야 할 텐데요. 양국 모두 이 부분 역시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르면 이번 주 파키스탄에서 대면 협의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데, 이번 주가 이란 전쟁이 분기점이 될 수는 있어 보입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