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여파로 석유화학 원자재 공급이 흔들리면서 의료 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플라스틱 기초 원료인 나프타는 수액 백, 일회용 주사기, 멸균용 포장지 같은 필수 의료 소모품 제작에 쓰인다.
당장 일회용 주사기 가격 인상에 이어 일부 업체에서는 구매 수량 제한과 같은 사실상 재고 소진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사태가 지속될 경우 가격 줄인상에 이은 수급 불균형에 환자 치료에도 지장이 갈 거란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 한 시중의 주사기와 주삿바늘, 안전주사기 등을 포함해 '의료소모품' 판매 도매 사이트에서는 수량 제한을 안내하고 있다.
특히 의료 현장에서는 오는 5월을 고비로 원료 확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평년 수준의 생산이 가능하지만 이후에는 주사기와 수액팩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공급이 막힐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백신 전문기업이자 의료소모품을 생산하는 한국백신은 최근 각 거래처에 주사기와 주삿바늘 제품 가격 인상을 통지했다가 하루 만에 취소했다. 공급 불안으로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한국백신은 석유류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일회용 주사기를 비롯한 주삿바늘 전 품목 가격을 2개월간 한시적으로 15~20% 인상할 계획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주사기와 주삿바늘은 석유류 원자재 비용이 생산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원자재 가격이 기존 대비 50%나 올랐다”며 “지금은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철회한 것은 공급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의료 현장에서 가격 인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경우 결국 환자 부담과 치료 차질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의료소모품 쇼핑몰은 최근 “주문이 집중돼 정상 출고가 어렵다. 일부 품목은 구매 수량 제한을 적용하겠다”고 공지했다. 다른 곳에선 실제로 일회용 주사기가 일시 품절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가격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원료 부족”이라며 “현 공정에서는 비닐 포장을 대체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매점매석 등 유통 질서 교란 행위를 단속할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원료 변경이 필요한 경우 허가·신고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필수 의료소모품에 대한 원자재 우선 공급과 가격 및 수가 인상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비용 부담이 급증할 경우 진료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의료계는 무엇보다 원자재 공급 우선순위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 단체 관계자는 “현재 재고로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 상황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며 “환자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의료용 원자재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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