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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란 전쟁이 청구한 '동맹의 값'…한국은 얼마를 낼 것인가

  • 등록: 2026.04.05 오전 10:33

  • 수정: 2026.04.05 오전 10:47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군사 작전을 기점으로 촉발된 이란 사태가 개전 한 달을 넘어서며 장기 소모전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와 국제 유가 폭등은 지구 반대편의 국지전이 한국의 민생과 산업 전반에 얼마나 즉각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초래한 경제적 파장 못지않게 중대한 과제는 그 이면에 자리 잡은 ‘한미동맹의 관리’라는 본질적 대목에 있다.

현재 동맹 관리의 핵심 변수는 미군 전력의 중동 집중에 따른 한반도 안보 공백과 미국의 직설적인 ‘역할 분담’ 압박이다. 미국 행정부는 해양 안보의 수혜국들이 직접 해상교통로 관리의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며 동맹의 비용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의 방공 자산 일부가 중동으로 이동 배치되는 상황은 ‘전략적 유연성’이 더 이상 이론이 아닌 현실임을 시사한다. 문제는 종전 이후다. 미국이 전쟁 비용의 일부를 동맹국에 ‘안보 청구서’ 형태로 요구하거나, 기여도가 낮은 국가에 상응하는 조치를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초유동적 국제 질서 속에서 한미동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시급하다.

우선 우려되는 지점은 이번 이란 사태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판단이 향후 한미 간 주요 국방 현안 협의에 미칠 영향이다. 현재 한미 사이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국가 안보의 향방을 결정지을 메가톤급 현안들이 놓여 있다. 만약 우리가 원거리 해역의 안보 위기에 대해 기여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는 데만 치중하거나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다면, 미국은 이를 동맹으로서의 ‘책임 분담 의지 부족’으로 해석할 위험이 있다. 이는 결국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의 신뢰 저하는 물론, 핵추진 잠수함 도입 과정에서 예상되는 다양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전폭적인 공조와 지지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정책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이는 미국에 주한미군의 규모와 성격을 재검토할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최악의 경우 전력 운용의 근본적인 변화를 압박하며 우리 안보 체계의 기저를 뒤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현재의 전장 상황에서 미국의 요청에 따라 즉각적으로 군함을 파견하는 것은 적지 않은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자칫 이란과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경우 우리 상선의 안전은 물론 중동 지역 전체와의 외교적 신뢰 관계에 장기적인 균열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전쟁의 전개 과정과 주변국들의 대응을 면밀히 조망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공고히 관리하는 동시에 이란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방지할 수 있는 정교하고 균형 잡힌 외교적 해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신중함 속에서도 역외 작전에 대한 ‘전략적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제도화하여 우리의 기여 의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분쟁 지역에서의 해상교통로 보호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요청하기 전,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범위(급유, 군수 지원, 비전투원 후송 등)를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한미 간의 공고한 ‘전략적 기틀’로 구축해야 한다. 사후적이고 수동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우리의 국익과 군사적 역량을 고려한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국방 현안 협상에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동맹 내에서 주도적인 목소리를 확보해야 한다.

이란 사태는 한반도 안보가 중동 정세 및 글로벌 경제 질서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동맹은 고정된 상수가 아니라 끊임없이 관리하고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는 변수다. 거센 파고가 몰아칠 때일수록 한미동맹이라는 닻을 견고히 하되, 우리 스스로 노를 젓는 힘을 키워야 한다. 국방 현안의 원활한 타결과 경제적 실익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통합적 전략만이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대한민국이 생존하는 유일한 길이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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