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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트럼프, '2주 휴전 합의' 세 가지 이유

  • 등록: 2026.04.11 오전 05:32

  • 수정: 2026.04.11 오전 10:4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REUTERS=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REUTERS=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서 45일 휴전안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으나, 2주 휴전안에는 전격 합의했습니다. 지난 8일을 기점으로 2주라는 기간이 트럼프 대통령에겐 어떤 의미를 갖고, 또 미국이 일시 휴전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예상치 못했던 변수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트럼프 언행' 중심으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4월28일 '미군 철수 시한'

45일 휴전안과 달리 2주 휴전안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문자 그대로 '시한(時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가운데, 지난 2월28일 이란을 전격 공습했습니다.

지난 1973년 제정된 미 '전쟁권한법'에 따르면, 전쟁 선포와 관련해 미 의회의 동의를 60일 내에 받지 못하면, 병력 철수를 시작해 한 달 내에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그런데 공화당 일각에서도 전쟁을 반대하고 있는 만큼, 남은 기간 내 의회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4월28일 데드라인'은 변동 여지없는 상수라고 가정했을 때, 45일 휴전은 애초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카드였습니다. 선뜻 합의했다가 이란이 계속 시간을 끌면서 끝내 종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미군은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황에서 철군만 한 채 휴전 시한이 종료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2주 휴전은 상황이 다릅니다. 5월 말이 아니라 오는 22일까지만 휴전하는 만큼, 만약 합의에 이르지 못해도 휴전 종료 직후 극강의 공습을 감행한 뒤 '완벽한 승리'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개전 이후 처음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습니다. 모두(冒頭)에 "시간이 조금 더 주어진다면"이라고 전제한 뒤,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석유를 차지해 미국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썼는데요. 이 글 역시도 '미군 의무 철군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초초하고 쫓기는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2. 불현듯 등장한 '인간 사슬'

군인들은 평시에도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데, 특히 전시에는 명령이 갖는 권한이 절대적으로 커집니다. 하지만 이번 이란 전쟁을 두고는 조직 내부에서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애초에 베네수엘라 공습 때와는 상황이 달라도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일단 작전에 투입됐으니 군 시설 위주 공격에 대해서는 큰 거부감 없이 작전을 수행하던 도중, 교량과 발전소 등 민간인프라 시설 공습 예고에 더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인간 사슬까지 등장해 미군 내부에서 일부 동요가 있었다고 합니다. 당장 몇 시간 뒤면 폭격을 시작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이를 막겠다고 쏟아져 나오니, 군인들 역시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군 내부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졌던 상황이, '잠시 시간을 갖고 해결책을 마련해보자'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된 셈입니다. 무작정 때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갑작스럽게 안 때릴 명분을 제시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최후 통첩' 마감 시한을 몇 시간 앞두고 가진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시민들이 발전소와 교량 앞에서 인간 사슬을 만든 것에 대해 "완전히 불법"이라고 성토하면서 "그런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3. 미군 정비시간 및 '기밀 유출자 색출' 시한 벌기

같은 맥락에서, 6주 동안 쉼 없이 전장에 투입된 미군들에게 재정비 시간을 부여하는 '휴식기(休息期)' 제공 이유도 고려됐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SNS에 "모든 미군 함정과 항공기, 병력, 탄약, 무기체계는 진정한 합의에 도달해 완전히 이행될 때까지 이란과 그 주변에 그대로 머물 것"이라며 "만약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그 즉시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더 크고 강력한 방식의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위대한 군대는 전열을 가다듬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실상 다음 정복을 고대하는 상태"라고도 했죠.

미국이 동의하는 내용의 종전에 합의하라는 대이란 압박 행보의 일환이자, 종전 합의 실패시 '일주일 간' 맹폭할 수 있도록 힘을 비축할 시간을 버는 전략적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이란군에 의해 격추된 F-15E 전투기 탑승자에 대한 성공적인 구조작전을 대대적으로 브리핑하면서, 기밀 정보가 유출된 점에 대해선 강하게 성토했는데요. 2주 휴전으로 정보 유출자 색출 시간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난 3일 F-15E 전투기가 이란군 미사일에 격추돼, 탑승했던 미군 조종사와 무기체계 장교 등 2명이 비상 탈출했었죠. 조종사는 즉시 구조됐지만, 무기체계 장교는 한동안 행방이 확인되지 않아 미군과 이란군이 치열한 수색을 벌였습니다. 결국 미군이 먼저 구조에 성공했지만, 관련 내용이 언론에 먼저 보도돼 작전에 애를 먹었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던 겁니다.

구조작전을 위해 미군 항공기 155대가 투입됐는데 그중 많은 수가 기만작전이었다며, 이란이 해당 장교가 다른 곳에 있다고 믿게 만들기 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트럼프는 "조종사의 구조 사실과 함께 실종자 1명이 이란에 남아 있다는 정보를 유출시킨 자를 찾아내길 바란다"며 "유출자 색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4월8일 대대적 공습을 앞두고, 정보 유출자 색출을 비롯해 조금이라도 우려되는 상황을 완벽히 통제하고자 하는 마음도 컸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 4월22일 이후 상황은?

'군사력은 미국이 이란을 압도하지만, 시간은 이란의 편'이라는 해석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란이 하늘에서 압도 당해도, 바다(호르무즈 해협 봉쇄)에서 버티면 4월28일이라는 날짜에 발이 묶인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더 급해질 수 밖에 없다는 상황도 그렇고요.

일단 2주 휴전으로 총성은 일시적으로 멎었지만 미국과 이란의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휴전 이후에도 크고 작은 파열음들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어 '폭풍 전 고요' 같아 보입니다.

스페인의 대표적 낭만주의 화가이자 판화가인 프란시스 고야(Francisco Jose de Goya y Lucientes)는 말년에 '전쟁의 참화(The Disasters of War)'라는 판화로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했습니다. 지난 1808년 프랑스 침략에 대항한 마드리드 민중봉기와 이어진 반도전쟁, 그리고 이후 1814년 프랑스 부르봉 왕정의 복고 전쟁 과정을 80여개의 동판화로 묘사했는데요.

프란시스 고야가 지적했던 인간의 야수성과 악마성이, 그동안 이란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통신과 정보 접근을 제한하는 등 시민의 삶과 자유를 억눌렀던 하메네이 정권과 겹쳐지는지, 아니면 범죄자 잡겠다고 전쟁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엿보이는지 아직은 단정지어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은 휴전 시간 동안 그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에 따라, 그 판단이 조금 더 명확해질 수는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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