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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8년 전 퓨마 탈출과 판박이…'방심'에 뚫린 동물원

  • 등록: 2026.04.12 오후 19:22

  • 수정: 2026.04.12 오후 20:01

[앵커]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늑대 늑구의 탈출 사건은 우리 동물원의 씁쓸한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허가제 도입 등 정부 규정은 강화됐다고 하지만, 현장의 관리와 사육 환경은 여전히 허술하기만 한데요.

무엇이 문제인지, 구자형 기자가 잇단 동물 탈출 사건에 오늘의 포커스를 맞춰봤습니다.
 

[리포트]
붉게 물든 숲 사이로 하얀 물체가 빠르게 움직입니다.

열화상 카메라에 포착된 생후 27개월 수컷 늑대 '늑구'입니다.

지난 8일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해 인근 야산을 헤집고 다닌 겁니다.

이관종 / 대전 오월드 원장 (지난 8일)
"토사가 밀려와서 거기에 흙이 쌓였고 그 흙을 파고 거기서 찢어서 나간 상황입니다."

맹수의 탈출에도 대응은 안일했습니다.

자체 수색을 이유로 동물원 측이 1시간 가까이 신고를 늦춘 사이, 늑구는 이미 동물원을 빠져 나간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이 동물원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2018년 8살 퓨마가 탈출했다가 결국 사살됐습니다.

청소를 마친 직원이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아 벌어진 인재였습니다.

유영균 / 당시 대전도시공사 사장 (지난 2018년)
"사장으로서, 담당 임원으로서 원장으로서 사죄드립니다."

2023년 대구 달성공원에선 침팬지 2마리가 탈출했다가, 수컷 한 마리가 마취총에 맞고 숨졌습니다.

같은 해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선 우리를 부수고 나온 얼룩말 '세로'가 3시간 넘게 도심을 활보하기도 했습니다.

반복되는 사고에 정부는 2023년 동물원 운영 방식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꿨고, 안전 규정도 강화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정부 조사 결과 맹수나 대형동물을 사육하는 174곳 가운데 30%에 가까운 46곳이 안전 개선 판정을 받았습니다.

조희경 / 동물자유연대 대표
"동물한테 어느 정도는 충족할 수 있는 사육 환경을 제대로 제공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다 보니까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계속 불거지는 것에 더 취약하지 않나…"

필요할 땐 가두고 통제가 안 되면 사살한다는 인간 중심의 선택은 이젠 멈추고, 사육 환경과 동물 복지라는 근본적인 물음부터 던져야 하는 건 아닌지,

TV조선 구자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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