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체

[따져보니] 톰 크루즈가 우리말로 "대박이었어" 하네!…인류 언어 통일 '바벨탑' 왔나

  • 등록: 2026.04.16 오후 21:34

  • 수정: 2026.04.17 오전 06:36

[앵커]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엑스(X), 그러니까 예전 트위터가 '자동번역'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인류의 언어를 하나로 통일한다는 '바벨탑'이라는 비유까지 나왔는데, 정말 그런지 황병준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황 기자, 엑스의 '자동번역' 기능이 도대체 어떻길래 이렇게 화제가 되는 건가요?

[기자]
바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엑스 계정입니다. 마치 우리나라 정치인이 쓴 글처럼 온통 한국어입니다. 원래는 프랑스어로 쓴 글들인데 자동 번역 된 겁니다. 세계적인 영화배우 톰 크루즈의 계정을 볼까요. 역시 한국어로 도배돼 있고 "대박이었다" "배꼽 빠질 뻔 했다" 같은 표현도 보입니다. 영어가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번역된 겁니다. 다소 딱딱한 내용부터 가벼운 얘기까지, 가리지 않는데요. 외국어로 된 속어와 줄임말도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바뀝니다. 전부 '번역'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자동으로 번역된 것들이고요 반대로 한국어로 글을 쓰면 아랍어, 베트남어, 영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이 가능합니다.

[앵커]
번역된 말들을 보면 자연스러워 보이는데요. 어떻게 이렇게 번역을 할 수 있는 거죠?

[기자]
엑스의 자체 AI '그록' 덕분입니다. 엑스에 올라오는 글들을 실시간으로 배웁니다. 이 때문에 최근 일어난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고, 유행하는 단어를 번역하는 데 용이합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구글 번역 엔진'과 다른 지점인데요. 구글 번역 엔진은 보다 정제된 정보를 바탕으로 번역하고 언어 학습에 주기가 있어서, 신조어에 약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엑스는 이런 점을 전면 개선한 겁니다.

[앵커]
그러면 원래의 글의 표현과 정보를 거의 완벽하게 번역한다고 봐도 되나요?

[기자]
그렇진 않습니다. 저희 따져보니팀이 엑스에 올라온 여러 글들을 분석해보니 미묘한 표현은 번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 완전 몰입했어!' 라는 뜻의 영어가 '고정됨'이라고 단순 번역되거나, '어이없다' 정도로 번역되면 좋을 말이 약자 뜻 그대로 '머리를 젓네'가 됐습니다. 생물학적 표현은 아예 틀리게 번역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조개를 뜻하는 말은 참다랑어로, 참새를 뜻하는 말은 나무너새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로 번역됐습니다. 엉터리 번역인 셈인데, 한국어 학습이 덜 된 표현에 대해선 부적확한 번역이 이뤄질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럴싸 해보여도 틀리거나 부적절한 표현도 있을 거란 얘기네요. 무조건 이 번역본이 맞다, 이렇게 볼 수는 없겠네요?

[기자]
네 전문가들은 아무리 AI를 기반으로 한 자동 번역이라 할지라도 한번 더 의심하는 자세가 아직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오세욱 /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기술 기업이 하는 것들도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낸 데이터를 학습해서 나오는 결과물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데이터들이 보완이 되고 있는가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특히 엑스가 제공하는 번역의 뉘앙스가 표준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도 있습니다.

유현재 /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사람들이 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그록의 방식처럼 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록이 소통하는 방식이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고…."

[앵커]
인류 언어를 하나로 묶을 거란 '바벨탑'이라는 기대는 과한 듯하고요. AI 시대에 맞닥뜨리는 정보를 한번 더 의심해보는 습관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황 기자,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