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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보국’전, 6월 14일까지 간송미술관

  • 등록: 2026.04.20 오전 08:43

간송미술문화재단(이사장 전영우)과 간송미술관(관장 전인건)은 6월 14일까지 ‘문화보국(文化保國): 신념으로 지켜낸 우리의 얼’을 개최한다. 특히 올해는 간송 전형필(1906~1962) 탄생 120주년을 맞는 해. 전시는 일제강점기 그가 경매 현장에서 일본인들과 치열하게 경합하며 되찾아온 우리 문화유산 수집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 조선 최대의 미술품 거래 기관이었던 ‘경성미술구락부’에 주목한다. 1922년 설립된 경성미술구락부는 고미술 유통을 장악한 일본인들의 전유물이었으며, 우리 문화유산이 일본으로 유출되는 주요 통로였다. 해방 전까지 260여 회의 경매가 열리며 문화유산의 국외 유출이 가속화되던 시기에 간송 전형필은 이 약탈의 현장을 문화 수호의 전장(戰場)으로 삼았다.

간송은 1930년부터 1944년까지 14년에 걸쳐 일본인 수장가들과 조용하지만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번 전시는 당시의 경매 도록 실물을 조사해 간송의 낙찰 이력을 체계적으로 정리했으며, 이를 통해 그가 민족의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으로 움직였는지를 학술적으로 규명한다.
 

국보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국보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이번 전시에는 국보 1건, 보물 1건을 포함해 총 36건 46점의 유물이 공개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국보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이다. 1936년 당시 간송은 일본의 거상 야마나카 상회와 경합 끝에 경성미술구락부 역사상 최고가인 1만 4,580원(당시 기와집 15채 값)에 이 병을 낙찰받았다. 조선 최고 수준의 도자 기술이 집약된 이 유물을 지켜낸 사건은 간송의 문화보국 정신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와 함께 1930년대 고미술 시장의 핵심 거래 품목이었던 백자 컬렉션 중 ‘백자희준’을 비롯해 용, 해태, 사자 등 다양한 형상의 연적(硯滴)들이 전시된다.

간송 전형필은 단순히 ‘유명한 그림’만 모은 것이 아니라, 조선 시대 전 시기를 아우르는 통사적(通史的) 컬렉션을 목표로 그림을 모았다. 신선처럼 자유분방한 필치로 이름을 날렸던 17세기 도석화의 대가 김명국의 ‘비급전관’, 조선 말기 천재 화가 장승업의 필력이 돋보이는 ‘팔준도’ 중 ‘어자조련’과 ‘호치비주’, 그리고 심사정의 그림과 강세황의 평론이 한 화면에 어우러진 합벽첩 ‘표현연화첩’ 등이 전시된다.

또한 19세기 동북아시아 문인 교류의 중심이었던 추사 김정희와 그를 추종한 ‘추사학파’의 작품도 다수 공개된다. 예서와 해서가 혼용된 독창적 서체의 정수인 보물 ‘침계’를 비롯해, 간송이 경성미술구락부에서 처음으로 낙찰받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석파묵란첩’, 김정희의 수제자 고람 전기의 ‘고람유묵’, 그리고 청나라 학자 섭지선의 ‘침계’ 등이 함께 전시된다.

전시실의 마지막 섹션은 한국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간송의 의지를 담고 있다. 전쟁 중 유실됐던 유물을 전후에 다시 찾아온 ‘재입수(再入手)’의 기록이다. 광복 이후, 우리 문화유산이 이 땅 어느 누구의 손에 있든 결국 ‘민족의 자산’이라는 믿음으로 수집을 잠시 중단했던 간송은, 1950년 한국전쟁의 참화로 보화각에 수장된 유물들이 흩어지고 파괴되는 위기를 맞자 재입수 확동을 펼쳤다.

조선 말기 지식인들의 아회를 담은 이용림의 ‘서당아집도’와 조선·중국 문인의 우정을 담은 ‘미사묵연’ 화첩 등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했던 간송의 신념이 전쟁의 상흔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음을 묵묵히 증언한다.

이번 전시는 아카이브 전시로서의 성격도 강하다. 전시실 중앙에는 간송이 직접 연필로 낙찰 가격을 꼼꼼히 기록한 경매 도록 4건이 함께 소개된다. 숫자로 남겨진 기록 뒤에 숨겨진 한 수장가의 신념과 안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전영우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은 “문화유산은 누군가 귀하게 여기고 지키려는 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작품 뒤에 담긴 치열한 수집의 역사와 문화유산 수호의 참뜻을 관람객들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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