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관리통계시스템에 등록된 지방의원 예비후보 등록자 6867명의 범죄 경력을 전수 조사했더니 전체 예비후보자 중 2477명(36.1%)이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데 따르면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지방의원 예비후보들의 범죄 경력은 다양했다.
전과가 있는 광역의원 예비후보 703명의 범죄 경력 1170건을 분석해 보니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뺑소니 등 교통 관련 범죄가 590건(50.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폭행·상해 등 폭력 범죄(164건·14.0%), 집시법 위반 관련 범죄(69건·5.9%), 사기 등 재산 범죄 4.4%(52건), 선거 범죄 3.8%(45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6·3 지방선거에서 인천의 기초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A(54)씨는 전과(前科) 15범이다.
2008년 건축법을 위반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이후 10년간 사기, 범인도피교사, 상해, 폭행,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등 총 15차례 범죄를 저질러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받았다.
A씨는 이번이 첫 출마가 아니다.
그는 전과 9범이던 2014년 같은 선거구에 한 정당 공천을 받아 출마해 기초의원에 당선된 적이 있다.
당시 그의 득표율은 12.85%.
하지만 후보 7명이 난립하며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의원직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과를 숨긴 사실이 뒤늦게 들통나 당선 6개월 만에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이번엔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한다.
부산 지역의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B(62)씨는 전과 14범이다. 1993년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부산·울산·대구 등에서 사기, 무면허운전, 재물손괴, 상해, 폭행 등 범죄를 저질렀다. 그동안 그가 낸 벌금만 총 2350만원이다. 이번이 세 번째 기초의원 도전이다. 2018·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모두 1%대 득표율을 기록하며 낙선했다.
전 국민 중 전과자 비율은 법무부가 공식 발표한 적은 없으나 학계에선 2020년 29% 수준이라고 보고된 사례가 있다.
이와 비교하면 6%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지방의원의 도덕성 수준이 유권자인 국민 평균보다 낮은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는 C(43)씨는 범죄 전력 6건 중 4건이 음주 운전이었다.
그는 노조 간부로 활동하다 이번 지방선거 때 광역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예비후보자 D(61)씨는 2004~2005년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으로 네 차례 적발된 ‘상습범’이다.
그러나 그는 경남 창원에서만 4차례 시의원을 지냈고 2022년 지방선거 때는 경남도의원에 당선됐다.
이번에도 정당 공천을 받아 재선에 도전한다.
한 정당의 현직 시당 대변인이자 엔터테인먼트사 대표인 E(39)씨는 이번에 광역의원 선거에 나선다.
그는 음주 운전·뺑소니 등 교통 범죄 전과가 3건 있다.
음주운전 등 교통 관련 범죄가 눈에 띄게 많은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음주에 관대한 국민 문화가 문제”라고 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공직 후보자는 일반 국민보다 높은 도덕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며 “공천 심사 과정에서 교통 범죄를 가볍게 보는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집시법이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전과가 남은 예비후보자들도 여럿이다.
부산시의원 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F(57)씨는 국가보안법 위반과 집시법 위반 등으로 7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는 이적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북한을 찬양하는 표현물을 제작·배포한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고 한다.
강원도의원에 도전하는 G(64)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3차례 징역 8월~1년형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집시법 위반 관련 범죄에 대해선 ‘훈장’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며 “단순 집시법 위반을 넘어 국보법 위반 등 사례는 유권자들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범죄도 눈에 띄었다.
이번에 호남 지역에서 재선 광역의원에 도전하는 J(69)씨는 초선 광역의원 시절인 2019년, 지역 행사에서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J씨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전과에 대해 “여자 검사가 기소하고 여자 판사가 판결을 낸 편파적인 재판이었다”고 했다.
다만 그는 1심 선고 후 항소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K(64)씨는 현직 기초의원이다.
인천 지역에서 재선했고 이번에는 광역의원으로 출마한다. 전과 4범이다.
그의 전과 중에는 과거 노래방을 하면서 청소년을 손님으로 받은 혐의(청소년보호법 위반)로 벌금 100만원을 낸 것도 있다.
예비후보자 뿐아니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의 전과자 비율도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022년 지방선거 당선자 4102명 중 1341명(33%)이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지방의원뿐만 아니라 시·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까지 포함해 조사했다.
전과 건수는 총 2183건으로 1인당 평균 1.6건이었다.
여기에서도 광역의원(36%)과 기초의원(35%)이 지자체장보다 전과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실련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강력 범죄, 성범죄, 음주운전 등을 공천 배제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과를 가진 후보들이 상당수 공천 심사를 통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각 정당은 공천관리위원회를 통해 후보를 심사하지만 회의록과 평가 기준은 ‘대외비’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6·3 지방선거에선 시장·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뿐 아니라 지방의원(광역시도의원·기초의원) 4000여 명을 뽑는다.
지방의원은 지자체의 예산을 짜고 지자체의 법규정인 조례를 제·개정하는 권한을 갖고, 광역의원은 1억500만원, 기초의원은 7750만원 안팎의 연봉(업무추진비 등 포함)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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