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美 의회서 트럼프에 우회적 경고…"동맹 소홀히 해선 안 돼"
등록: 2026.04.29 오전 06:50
수정: 2026.04.29 오전 07:01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미국 의회 연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영 동맹의 가치를 거듭 강조하며, 동맹 경시와 신고립주의 성향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상 견제 메시지를 보냈다.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찰스 3세는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어느 한 나라가 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다”며 “우리의 관계는 필수 불가결한 파트너십”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80년간 우리를 지탱해 온 모든 것을 소홀히 여겨선 안 되며, 이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며 “대서양 파트너십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들의 기여 부족을 문제 삼으며 조약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한 가운데, 미국이 서방 안보 체제의 중심축 역할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찰스 3세는 올해가 9·11 테러 25주년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테러 직후 나토가 역사상 처음으로 집단방위 조항인 헌장 5조를 발동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그리고 오늘날 공동 안보를 규정하는 모든 순간에 우리는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그와 같은 결의는 지금 우크라이나와 그 용감한 국민들을 방어하는 데에도 필요하다”고 밝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 지원 역시 전통적 대서양 동맹 정신의 연장선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찰스 3세는 또 “미군과 동맹국들의 헌신은 나토의 핵심”이라며 북미와 유럽이 공동의 적으로부터 함께 안보를 지켜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설에서는 역사적 비유를 통해 미국의 국제적 책임도 우회적으로 상기시켰다. 그는 1939년 영국 국왕의 첫 미국 방문 당시 유럽에서 파시즘이 확산하고 있었다며 “미국이 자유 수호를 위해 우리와 함께하기 전에도 공동의 가치는 존재했고, 결국 그 가치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이는 국제질서 변화 속에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집단안보라는 서방의 핵심 가치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찰스 3세의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란 전쟁 과정에서 유럽 동맹국들의 역할 부족을 비판하며 나토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상황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사실상 독일·소련에 맞서 형성됐던 대서양 동맹의 역사적 의미를 현재 러시아 위협과 연결하며 미국의 역할을 촉구한 셈이다.
그는 미·영 관계 균열 가능성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영국 방문 당시 말했듯, 미국과 영국 사이의 친족적 유대와 정체성은 값을 매길 수 없고 영원하다”고 언급하며 양국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찰스 3세는 외교·안보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내향적 외교 노선과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정책에도 우회적 비판을 가했다.
그는 “우리의 동맹이 유럽과 영연방, 그리고 세계의 파트너들과 함께 공동 가치를 계속 수호하기를 바란다”며 “점점 더 내향적으로 되자는 요구를 외면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고 말했다.
또 기후위기를 언급하며 “대서양의 깊은 바다에서 비극적으로 녹아내리는 북극의 빙하까지, 우리 세대는 자연 시스템 붕괴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화석연료 확대와 기후정책 후퇴를 추진해온 트럼프 행정부와 대비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즉위 후 첫 방미에 나선 찰스 3세의 이번 의회 연설은 단순한 우방국 방문을 넘어, 나토와 국제협력, 우크라이나 지원, 기후 대응 등 핵심 현안을 둘러싸고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유지 필요성을 강조한 상징적 외교 행보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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