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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호의 앵커칼럼] 샴페인의 역설

  • 등록: 2026.05.04 오후 21:52

  • 수정: 2026.05.04 오후 22:21

1980년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일본의 독무대였습니다.

"1988년 당시 일본 반도체 회사들은 전 세계 반도체 판매량의 50%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NEC, 도시바, 히타치가 세계 반도체 기업 1,2,3위 였습니다. 그 기세를 타고 나온 책이 있습니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운수성 장관이었던 이시하라 신타로는 미국의 최첨단 무기도 일본 반도체가 없으면 안 되니, 이제 미국을 넘어설 때가 왔다고 큰소리친 겁니다. 자신감이 넘쳤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10위 반도체 기업 안에 일본 기업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미국의 강력한 압박도 있었겠지만, 막대한 투자를 게을리한 결과, PC 시대에 올라타지 못했습니다.

최고의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가 내부 진통을 앓고 있습니다. 300조 원 넘는 이익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영업이익의 15%, 약 45조 원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한 겁니다. 1인당 수억 원씩 받을 수 있는 규모입니다.

"반도체 세계 1위를 만들고, 밤을 새워 수율을 높인 것은 경영진이 아닙니다."

현장의 땀 없이 삼성반도체 신화가 있었겠습니까만, 논란이 되는 이유는 뭘까요? 미래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지 않고 돈 잔치만 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문제일겁니다.

경기가 좋다고 샴페인부터 터뜨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가까운 일본이 보여줬습니다. 현금 보따리를 먼저 푸는 게 옳을지, 미래 가치를 함께 나누는 게 맞는지, 따져볼 일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석유 매장량이 지정학적 위치를 결정했다면, 향후 50년은 반도체 생산 시설(Fab)이 어디에 있는지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제 반도체는 단순히 경제를 넘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문제가 됐습니다. 전 세계 반도체 회사 가운데 삼성전자처럼 파업 리스크가 부각된 곳은 거의 없습니다. 노조도 회사의 생존은 물론이고, 국가 미래도 함께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

5월 4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샴페인의 역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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